안부를 전합니다 - 코로나 시대의 사랑과 슬픔과 위안
제니퍼 하우프트 외 69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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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독직입적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요즘 독립서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을 돕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작품집을 구상하고 있는데, 여기에 당신의 '코로나 19' 경험담을 기고해줄 수 있는가? 24시가도 지나기 전에 수십 명의 작가가 참여하겠다고 알려왔다. (-13-)


우리의 차이점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무언가가 우리를 통합시킬 수 있다는 건 아주 오랫동안 내 희망사항이었다. 그렇게 되려면 확실히 어떤 재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내 평생의 목표는 어린이들을 돕는 것이다. (-28-)


나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한 번도 이웃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우리는 날마다 산책을 하지만 ,지금은 내가 길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면 크라시아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손을 마주 흔들어 주지도 않는다. (-114-)


우리는 얼마나 다시 가까워질까?
살아있는 피부에 닿을 만큼?

얼마나 자주 용감하게 외출할까?
어떤 필수품이나 잊어버린 물건을 사기 위해?

현금은 어디서 나올까?
어떤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을까?

오늘은 우편함에 수표가 들어 있을까?
제발 내일은 와주기를. 

이웃을 돕는 이웃은
얼마나 오래 버틸까? (-226-)


의사와 간호사와 일부 정치인들은 실내에 머물러 있으라고 호소하지만, 다른 자들은 가뭄과 토네이도, 기근, 인종 청소, 학교 총기 난사, 체계적 인종차별, 코로나 19 같은 질병 따위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기율표와 다윈의 진화론도 인정하지 않는다. (-259-)


먼지투성이릐 낡은 문

나무도 볼 수 없는 내 마음 속에
먼지투성이의 낡은 문이 서 있다.
나는 자물쇠로 그 문을 단단히 닫아둔다.
그리고 더 이상 그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날마다 일어나고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들의 금발을 헝클어뜨린다.
때로는 인생이 너무 달콤해서
거기에 문이 있다는 것을 거의 잊어벌힌다.

사람은 저마다 제 몫의 수명과
즐거움과 짊어져야 할 부담을 갖고 태어난다.
그의 길은 정해져 있다.
마음은 다른 길로 가고 싶어하지만
그가 가야 할 길은 이미 새겨져 있다.
내 수명이 다하여
해안에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처럼 죽음이 다가오면
나는 작별인사를 하고 그대의 손을 잡으리라.
그리고 그 먼지투성이의 낡은 문으로 들어가리라. (-309-)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2020년 3월 초,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맨해튼의 한 거리였다. 그들은 브라이언트 공원 가장자리에 있었다. 병원과 수술실을 연상시켰던 하늘색 마스크 세개가 멋지게 차려입은 세 여자의 얼굴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었다. 이들 세 사람이 내 의식에 깊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나는 몰래 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 사진을 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뉴욕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388-)


2020년 초 한국에 사는 지인이 미국을 달리고 있었다. 그 분은 자신과의 도전을 즐기고 있었고, 미국의 동쪽과 서쪽을 가로지르는 5000여 키로미터의 긴 거리를 구간 구간 나누어서 달리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난관은 자신의 체력이나 몸 상태가 아니았다. 내부적인 변수가 아닌 외부적인 변수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바로 미국 뉴욕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봉쇄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중국발 코로나 팬데믹이 한국을 거쳐 미국을 지나가면서, 미국 맹해튼이 텅텅 비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다. 공교롭게 그 당시 내가 사는 지역에도 차가 다니지 않는 이상한 사태가 나타났으며, 사람은 서로 만나지 않은 로컬 상태 그 자체였다. 딱 일년전 우리의 모습들,코로나 팬데믹 초기의 미국사회의 모습들이 책에 담겨져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출몰하고,중국,한국,미국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수많은 사망자가 나타나게 된 것이며, 미국 사회 시스템, 인프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 하고, 경제는 거의 멈춘 채 방치되어 버렸다.


저자는 주변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 순간,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작가로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이 순간을 견디고 시간을 삼켜 나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소위 글쟁이로서의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하는 순간을 잃어버릴까 걱정하고 있었다. 미국의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들에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여쭈었고,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의 답변들이 이메일로 속속 도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사회의 현재의 상황들을 작가에 의해서 하나하나 기록해 나가고 있었으며, 코로나 팬데믹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사람의 심적인 동인이 어떤 영향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살펴 보게 된다.


즉 우리는마스크를 쓰게 되었으며,일상속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관계들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오롯이 혼자가 되어 버렸다. 내 안의 나의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풀수 없는 최악의 국면을 감지하게 된 것이며, 스스로 살아갈 방편이나 뾰족한 대책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답을 찾아가고 있었으며, 인간이 아닌 자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또다른 군상이 보여지고 있었다. 즉 산과 들, 숲과 나무, 하늘과 땅, 흙과 모래,이러한 것들에 대한 무용론이 사라지고, 자연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재 사회가 결국 인간에게 악영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 누군가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었던 사회가 이제는 누군가의 안부를 반드시 물어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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