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지나가고 주말은 오니까
안대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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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처음이 어렵다. 자꾸 눈치를 보게 되니까, 처음으로 신입사원의 명찰을 달았을 때도 그랬다. 수습기산이라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그저 멀뚱멀뚱 자리만 채우고 있었다. 그때는 뭐라도 시켜 주면 좋을 텐데 싶었다. (-15-)


"사람의 인생은 결국 하나의 선으로 수렴한다고 생각해. 지금은 여기 아래에 있다가도 언젠가 다시 위로 올라가기도 하면서 내려갔다 올라갔다 반복하는 게 아닐까. 각자의 그래프를 그리면서." (-70-)


"누구를 만나면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이 남잖아. 누군가에게 이게 기억이 되잖아.혼자 있는 나는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어?" (-114-)


할머니는 내 머릿 속을 들여다보는 걸까. 오랜 날을 아등바등 살아온 사람이 나를 보고는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코딱지만 한 방 보일러도 팡팡 틀고 자고, 추우면 새 옷도 사 입고, 용돈 줄 테니까 돈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 거 사 먹으라고 한다. 내일이 두려워지지 않는, 그런 응원을 해준다. (-179-)


엄마 앞에 서 있을 때 나는 늘 엄마의 뒤통수를 보는 느낌이다. 언제나 뭔가를 해야 하는 사람,나보다 먼저 일어나야 하는 사람. 할머니는 나보다 걸음이 한참이나 느린데 역시 늘 나보다 앞서서 걷는 삶을 산다. 같이 살 때, 알람 시계가 있는데도 늘 할머니에게 깨워 달라고 부탁했다. (-221-)


살아간다는 것은 삶에 있었다. 그런데 착각하였다. 살아간다는 것은 삶이 아닌 죽음에 있었고, 죽음을 견디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보고, 나는 그 죽음앞에서 위로와 치유를 얻게 된다.법과 제도가 있지만, 죽음 앞에서 법과 제도는 무용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내 앞에 설령 손해가 나타나도,그것은 언급하지 않고 포용하려는 성향은 죽음을 인간이 느끼며,인식하기 때문이다. 삶도 그렇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삶에 대한 의미를 누군가가 만들어 놓으면,그 의미를 내가 느끼는 삶의 믜미와 비교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려둔다. 어쩌면, 일년 365일 내내,월화수목금토일,각각에 의미를 부여하고 ,절대적인 의미 뿐 아니라, 상대적인 의미도 같이 부여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책에서 목요일은 현대인들에게 견뎌내야 하는 요일이다. 금요일에 대한 충동을 견뎌야 하며, 월화수를 견뎌내야 목요일이 내 앞에 나타난다.그리고 금요일이 지나 달콤한 주말이 주어지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순환되고,뺑뺑이 돌리게 된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의미가 내가 느끼는 삶의 의미와 비교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의미와 지혜이다. 보편적으로 현대인들에게 지혜는 책과 경험속에 있다. 중요한 것은 세대간에도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망각하고 있다. 즉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바뀌면서, 세대간의 지혜가 단절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저자는 자신과 자신의 부모,할머니의 지혜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보편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즉 나이가 먹고 노화가 진행되면, 앞 세대는 집을 떠나 또다른 장소로 이동되고, 그 과정에서 지혜를 받아들이는 시간은 단절된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그런 지혜를 존중하고,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느리지만 깊은 지혜, 빠르지만 얕은 지혜와 비교하게 될 때, 어떤 것이 더 나은 지혜라고 말할 수 없으며, 나에게 필요한 지혜,삶의 뿌리가 되는 지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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