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꽃 한 송이 놓습니다 - 김인수 호국시집
김인수 지음 / 연인(연인M&B)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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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나는 
그 어디든 그 누군가 죽음으로 지킨 산하를 살필 것이다. (-12-)


1950년 10월 1일 ,드디어
3사단 23연대가 양양에서 38선을 넘었다.
속절없이, 밀리고 무너져
낙동강 방어선도 위태로웠는데
9.25 인천상륙작전과 동시에 반격을 시작하여
드디어 통한의 선, 38선을 넘었다. (-54-)


하여, 오늘 날
장군봉 위에 서서

그 산 앞에
절대 부끄럽지 않으리라 다짐하네. (-81-)


촌 무지렁이로 산 거밖에 없소.
내가 뭘 그리 잘못했소, 내가 무슨 죽을 죌 지었소.
겁에 질린 아버지는 그날 다락문 틈으로
죽어 가며 외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았다. (-122-)


6월을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10월을 바라보는 시선도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나의 생일은 국군의 날 10월 1일이다. 생일이지만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특별한 양력 생일이다. 전쟁을 몸으로 경험한 세대는 6월의 아픔과 슬픔을 똑독히 슬픔과 아픔으로 기억할 것이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죽음 앞에서 나약한 자신의 모습이 4계절을 몸으로 느끼면서, 전쟁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 즉 6월 현충사 앞에서, 5월 망월동 앞에서 죽어가는 이들에게 꽃 한송이 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자 다짐이다.  


시인 김인수님의 <당신 앞에 꽃 한송이를 놓습니다>는 호국시였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호국의 정신과 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상징을 함축적으로 시 구절 속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시를 통해서 카카오톡의 사진 하나를 끄집어낼 수 있었다. 현충사 앞에서 ,이름이 쓰여진 묘지 앞에서 아빠와 딸이 다정하게 , 꽃을 놓고 있었던 그 사진 하나, 그 사진 속에서 아빠는 6.25 전사자 묘지의 주인공의 아들이었을 것이고, 딸은 손녀가 될 것이다. 전쟁의 상흔 속에서 할아버지의 품에 안긴적도 없거니와 할아버지의 모습과 목소리도 모르는 딸에게 느껴주고 싶은 것은 삼천리 국토 산하에 숨어있는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는 영혼이었다.


즉 군인으로서 37년간 살아온 김인수 장군에게 대한민국 국토는 남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얼마전 세상을 떤난 백선엽 장군에 대한 추모시를 남겨 놓은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전방에 아들을 보내고, 자신도 전방으로 향하게 된다. 나의 마음이 아들에게 전해지고, 마음과 정성으로 의지가 되고 싶은 아버지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시구절 하나 하나가 아버지의 사랑과 믿음이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 모습은 신뢰와 믿음의 매개체이다. 즉 자신이 느낀 경험들은 다음 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음을 김인수 장군님은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는 죽음의 상흔이 담겨져 있다. 누군지 모르는 이에게 자신이 살기 위해서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였으며, 살아가며 동족상잔의 아픔을 똑똑히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잊지 않는다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그리고 그 안에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 완성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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