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 까탈스런 소설가의 탈코르셋 실천기 삐(BB) 시리즈
최정화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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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면서도 내 시선과 목소리는 종종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의 것을 닮아 있었고, 여성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사회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 점이 드러날 것에 대한 염려가 컸다. (-20-)


여성이 트렁크 팬티를 입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내가 트렁크 팬티를 입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은 겉옷의 변화다. 겉옷에 맞춰 속옷을 입지 않고 속옷에 맞춰 겉옷을 입는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원피스를 입을 때는 허리를 조인 거들을 입어서 옷맵시가 나도록 한 것처럼 트렁크 팬티를 입었으니 팬티에 어울리는 겉옷을 입기로 했다. (-60-)


나는 그때까지 다리털을 밀지 않고 스타킹을, 그것도 살구색 스타킹을 신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도 좀 이상해 보이는데 아마 이런 게 편견일 것이다. 그녀의 다리털이 나를 찌른 것도 아니고 스타킹이 내 얼굴을 누른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판단했을까. (-78-)


머리는 빗지 않는다. 머리가 짧으니 머리카락이 엉킬 일이 없고, 굳이 빗질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베이킹 파우더로 머리를 감고 식초를 섞은 물로 머리를 헹군다. 머리카락이 찰랑거리거나 윤기가 나지 않는다. 그냥 두피와 모발이 건강하고 손질은 잘 안된 정도다. 간혹 너 머리가 왜 그래? 라며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넘겨 버리면 그만이다. (-102-)


2019년 10월 14일 가수 설리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녀의 죽음은 그녀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기 보다, 세상의 편견과 자유롭지 않은 선입견이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강제해 놓은 여러가지 선입견과 편견은 사람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며,사회가 만든 문화와 편견, 도덕률에 가두어 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길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페미니즘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저자 최정화는 페미니스트다. 그녀의 대표작으로 페미니즘 소설 <현남오빠에게>의 소제목이자 단편 소설 <모든 것을 제자리에> 가 있다. 저자는 바로 우리 사회가 강제해 놓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옷에 대한 관습을 거부하면서, 실험적으로 삶을 바꿔 나가기 시작하였다. 먼저 탈코르셋에서 탈출하여, 브레지어 없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남서으이 유두와 여성의 유두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고, 사회가 만든 성상품화에 대한 탈출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여성용 삼각팬티도 벗어버리면서,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시행착오가 이 책에 기술되고 있었다. 즉 속옷은 자신의 본질이 되지 않으며,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이 책에서 서술해 나가고 있었으며, 여성스러움, 여성다움처럼 사회의 원칙과 규율이 여성의 삶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 하나 검증해 나가고 있으며,여성의 삶을 남성의 삶과 일치시키려 한다. 그 시작은 남성의 전유물 트렁크 팬티를 입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며, 다리털 제모, 겨드랑이 털 제모를 하지 않는 또다른 라이프 스타일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물론 미니스커트나 스타킹에서 탈출을 꿈꾹 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려면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한다. 그 용기가 모이고 모여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문화가 구축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언론과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것들이 설리의 죽음을 야기시켰으며, 설리의 자유로운 성향을 아웃사이더로 규정지으면서, 마녀사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불편한 것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며, 성도착증에 대한 오용과 인식개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젠더감수성, 더 나아가 성평등이 완성될 때 ,우리 사회는 서서히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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