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 편 - 오늘, 고요하고 단단하게
박혜란 지음 / SISO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그래서 그래

있잖아,
마음이 너무 울고 싶은 거야.
소리 내 아주 엉엉 울고 싶은 거야.
생떼 쓰며 다리를 버둥대고 울고 싶은 거야.

왜?

네가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른으로 살라고 해서 그래서 그래.

네가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야릇한 평가의 눈초리가 무서워서 그래서 그래.

네가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나 말고 너한테 잘 보이려니까 그래서 그래.

네가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나도 그래, 나도 그래 하지 않고
너만 그래, 너만 그래 그래서 그래,

아,보고 싶다.
그래서 그래. (-33-)


나나

잠이 오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눈물나면 울고,
재밌으면 웃고,

청개구리 욕하지 마라.

누가 누굴. (-56-)


진즉에

아궁이 속 장작더미
타닥타닥 소리 내는
불 안개 아지랑이 따라가는 재미

개미 떼 줄지어
이리 매고 저리 지고
제 집으로 귀향할 때 배웅하는 재미

지구 위에 한낱 인간
누울자리 아닌 자리 어디 있냐.
아무 곳에 누워 천장 바라보는 재미.

오늘은 뭘 써볼까.
작은 머리 한 바퀴 돌려
동전도 없이 뽑기하는 무작위 재미

인생에 공짜가 이리 많구나

진즉 가진 기쁨 다 누리기에도
일생이 부족하네. (-111-)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행복은 온전히 내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인 박헤란 시인은 시를 쓰면서,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였으며,치유하는 법을 얻게 된다. 자신의 삶에 억지를 부리지 않고 살아감으로서,내 앞에 놓여진 삶을 온전히 내 삶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주어진 것에 대해서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서 행복한 삶, 충만한 사랑을 얻게 된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놓치고 간다는 것과 비슷하다. 나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서 살아갈 수 없는 그 때가 올 때가 있다.가정에서의 삶과 사회에서의 삶이 동떨어지고, 왜곡된 삶을 살아가면서,누군가를 지속적으로 달달 뽂는 삶과 불편한 사회생활을 하는 이유는 내 안에 무언가 결핍된 것을 채우기 위해서다. 즉 내 안의 어린 자아를 스스로 채근함으로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온전히 삶에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슬플 때 울지 못하고, 즐거울 때 웃지 못함으로서,감정을 적절하게 정리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층층히 내 마음속의 쓰레기처럼 굳어지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 아이의 울음소리,아이의 웃음소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한 불만,결핍에서 시작된다. 온전히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권리를 살아간다면,나와 화해할 수 있고,나를 스스로 바꿀 수 있다.그렇게 되면, 행복한 가정, 행복한 부부, 행복으로 충만한 나만의 삶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 시인 박혜란은 6개월동안 시를 쓰면서,자신의 스처지나가는 마음과 감정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서 ,위로와 치유를 고스란히 내것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요함과 평온함을 시를 통해서 투영해 내고 있었다.그리고 독자는 시를 통해서 내 마음을 어루만지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