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기 위한 백 걸음
주세페 페스타 지음, 김난주 옮김 / 할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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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을 볼 수 없어. 하지만 어린애가 아니라고.'
산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면서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15-)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장애는 주어진 악세사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소년'이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라는 쪽으로 더 기울었다. 얼마 전에 베아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루치오는 누가 손을 빌려주려 하면, 화를 내면서 그 손을 뿌리쳤다. 베아의 도움만 겨우 받아들였다. (-46-)


"산은 정말 싫어.루치오, 미안해. 루치오의 민감한 코가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겠네. 나,낙타처럼 땀을 흘리고 있어."
"낙타는 땀 안 흘려." 
루치오는 웃으면서 키아라에게 가르쳐 주었다. (-88-) 


티치아노는 둘둘 감은 로프를 허리에 차고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서는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태양에 눅눅한 공기가 말라가고 있었다. 
대원이 몸을 굽혀 캐리어백 뚜껑을 열고, 세피로를 살짝 만졌다. 안정적으로 숨쉬고 있다. (-137-)


루치오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머리칼은 바람에 흩날리고, 두 팔은 천천히 방향을 트는 독수리의 날개처럼 한껏 벌리고 있었다. (-170-)


태어나서 나이가 먹어가면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가 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어떤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그 누구의 잘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 때가 있다. 어릴 때 에기치 않은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하게 될 때, 성장하면서, 자신이 주변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그럴 때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세상살이가 힘들어졌다. 이 책에서는 루치오가 바로 그런 아이였다. 두살 어릴 때, 시신경에 이상이 오게 된 루치오의 기억 속에는 마지막 다섯살 이전의 기억과 세상만 존재하고 있었다. 시각은 점점 눈에 띄게 나빠졌고, 그 이후의 삶은 손과 발과 청각과 피부에 의지해 세상을 이해하고, 추측할 뿐이었다.그래서 루치오는 항상 세상이 내미는 손을 거부하게 된다. 자시이 나약한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을 무언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즉 자신의 장애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루치오의 강한 내면이 동화에서 느껴진다. 


상황이 바뀌면, 루치오의 강점이 도드라진다. 고모 베아와 함께 하는 일년에 한번 있는 산행에서,루치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이는 온전히 고모에게 있었다. 즉 루치오는 평지에서느 자신의 장애가 약접이지만, 산에서,자연 가까이에서,루치오는 자신의 강점이 나타나고 있다. 눈으로 보아야 이해하는 세상에서 눈이 안보여도 이해할 수 있는 세상으로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루치오는 달라진다.눈이 안보이지만 , 체력이 강했던 루치오는 걸어다니는 인간이 아닌 세상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독수리가 되고 싶었다.이 동화책에서 온전히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사춘기 루치오가 겪는 혼란스러움과 견딤에 있다. 즉 주변의 아이들은 사춘기 소년 소녀로 받아들이지만, 루치오는 여전히 장애를 가진 아이,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루치오가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도,내미는 손과 도움을 거부하는 이유는 그러한 세상의 몰이해와 무지함에 있다. 즉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동화이며, 장애를 가진 이들을 나와 똑같은 존재로 인식하며,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간접적안 부분에 신경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루치오가 스스로 할 수 있고,해낼 수 있고, 무언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그것이 루치오가 원하는 진정한 배려이면서, 고모 베아의 손 이외엔 다른 이들의 손을 거부하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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