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풀밭 꽃밭 삶 작가와비평 시선
이채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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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마음이 아프나 마음이 아파 몸이 아프나
마음이 아파 세상이 아프나 세상이 아파 마음이 아프나
밤이 아파 봄이 아프나 봄이 아파 밤이 아프나
우리가 아파 그분이 아프나 그분이 아파 우리가 아프나
있음이 아파 순간이 아프나 순간이 아파 있음이 아프나
순간이 아파 영원이 아프나 영원이 아파 순간이 아프나

떡잎이 아파 숲이 아프나 숲이 아파 떡잎이 아프나
당시들 아파 내가 아프나 내가 아파 당신들 아프나

넘어야 할 태산이 앞에 있다.
혹한에도 얼붙지 않은 햇살 창 너머 들어와 추스르라 합니다.(-23-)


남에게 감사나 인정을 받거나 내적인 만족감조차도 느끼지 못한 채 어떤 희생을 해 본 일이 있는지?

완벽하게 혼자 있어 본 일이 있는지?

아무에게나 말하거나 해명할 수 없고 철저히 혼자서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리고 이 결정이 그 누구도 개입하여 무효화시키지 못하고 자신이 평생에 걸쳐 실천하여야 하는 것일 때 오직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양심의 소리에 따라 결정을 내려 본 일이 있는지? (-67-)


고목

나는 새처럼 조잘거리는데, 엄마는 말이 없다.

왜 말이 없냐고 토라졌는데, 엄마가 시든 나뭇잎 같은 손으로 머릴르 쓰다듬어 준다.

'구순 엄마'에 돋은 반달 같은 잎은

살며시 돌아누워

많이 울 것 같아 울어버렸습니다. (-116-)


신앙적인 느낌이 드는 시 한 편이었다. 시 한 편 속에는 자연에서 껴지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불문율을 언급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는 것, 생과 멸, 그 순환의 법칙에서 인간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인간 스스로 자만하고, 오만하고, 저항하면서, 자연에서의 순리를 따르지 않는 것은 어쩌면,인간 스스로 자처한 일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있다. 자신의 삶,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스스로의 나약함을 감출 때가 있다. 스스로 강하다고 착각하면서 세상을 쉽게 생각하고, 자신을 괃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은 바로 그런 인간의 삶의 모순을 반추하고 있다. 나의 내면을 강하게 하는 법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었다. 진정한 강함은 혼자 있을 때, 홀로 독립적일 때, 강해진다고 말이다. 내 곁에 그 누구도 머물러 있지 않을 때,스스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비바람을 만나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풀과 꽃이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스스로 인내하고 ,견뎌왔기 때문이다. 즉 인간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 시를 통해서 깊이 맞이할 수 있다.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희망이 진정한 희망의 가치가 있으며, 내 삶에 고통 없이 마주하는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닌 것이다. 살아가면서, 내 앞에 놓여진 모든 것을 감내하고, 견디면서,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철저히 나 홀로 살아가되,언제나 나의 빈자리를 누군가에게 양보할 수 있는 삶,내 삶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삶을 살아갈 때, 타인에게 나를 내비출 수 있으며, 스스로 빛을 내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평생의 업보를 간직하면서 살아갈 지언정,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내면이 강한 사람, 자연이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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