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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평점 :
고래처럼 크게 번창하라는 기원을 담아 가게 이름을 '고래반점'이라 지었다. 영선이 한쪽 손에 힘겹게 삽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용팔은 테이블에 앉아 물끄러미 영선을 바라보았다. 영선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쪽 손으로 허리를 짚고는 말했다. (-7-)
전교 1등 서연과 반 꼴찌를 맴도는 자신의 거리는 얼마나 멀까.동현은 생각했다. 서연이 살고 있는 유럽풍의 번쩍번쩍한 3층 고급저택과 네 식구가 복닥거리는 중국집에 딸린 라면 상자만 한 살림방 둘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동현은 생각했다. (-109-)
"제가 살고 있는 집 바로 건너편에 가끔씩 한 남자아이가 앉아 있어요. 불 켜진 제 딸아이 방을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딸 가진 부모니까 걱정되지 않겠습니까? 유심히 살펴봤더니 장 사장님 아들이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곳에 장 사장님 아들이 그렇게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164-)
최대출은 비아냥 거리듯 말했다. 서연은 최대출을 잠시 노려보았다. 서연은 잘린 청치마 아랫단을 힘껏 손으로 당겨 치마 앞에서부터 뒤까지 모조리 뜯어냈다. 서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섰다. 더 짧아진 서연의 치마를 보며 최대출의 얼굴은 죽상이 되었다. (-224-)
"벚꽃이 아무리 그리웓도 겨울이 지나야 벚꽃이 핍니다., 벚꽃 지는 것이 아무리 아쉬워도 벚꽃은 시간 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지고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피고 지는 벚꽃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기다림을 배우고 그리움과 아쉬움을 견디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부의 주름은 갈라진 땅을 닮고 어부의 주름은 파도치는 바다를 닮는다고 합니다." (-285-)
소설 <연탄길>을 쓴 이철환 작가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드는 소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두권으로 이루어진 문학작품이다. 달밤 아래 비추어지는 바다가 푸른 것은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배가 어둠을 뚫고 항해할 수 있는 이유이다. 우리의 삶에도 어둠이 비추면,그 어둠 속에 달은 어딘가 분명히 있었다. 찾지 못할 뿐, 알지 못하였던 그 달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가 이철환 작가의 신간에 채워지게 된다.
소설에서는 네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다. 고래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용팔과 그의 아들 동현, 그리고 그 고래반점의 건물주 최대출과 최대출의 딸 최서연이 있다. 이 소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행복이 점점 더 흐려지고,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이유를 들추고 있었다.그건 우리의 문학 안에서 이 소설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삶의 방정식에 있었다.
고래반점 사장 장용팔은 가겟세를 내는 살림 속에서 이웃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내 아이도 소중하지만, 자신의 업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살아간다. 즉 돈을 버는 것의 목적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을 채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고래반점의 건물주 최대출은 그렇지 않다. 그는 돈이 목적인며, 그 돈을 이용해 출세를 꿈꾸고 있었다. 즉 자신의 딸이 전교 1등을 하는 것이 자신의 삶의 자부심이면서, 딸의 능력이 자신의 능력과 동일시하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최대출은 동현이 자신의 딸 주변에 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소위 자신의 딸의 현재의 수준과 동현의 현재의 수준에 있어서 비교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최대출의 행동에 대해서 , 장용팔은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즉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장용팔의 처세이다. 최대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 그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아들 동현의 행동에 대해서 잘못했다고 ,채근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지게 된다. 그럴 때 , 최대출의 방식과 장용팔의 선택을 보면, 우리 사회의 또다른 자화상을 느낄 수 있다.즉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장용팔과 돈을 먼저 생각하는 최대출의 모습, 두사람의 선택과 판단을 서로 비굫래 볼 수 있으며, 두번째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 지 사뭇 기다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