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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평점 :
처음에 말했듯이, 모방은 이렇게 수단과 대상과 방식이라는 세가지 면에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소포클레스의 모방은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을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호메로스의 모방과 동일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방하는 사람을 연기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아리스토파네스와 동일하다. (-15-)
오디세우스는 자기가 그 활을 본 적이 없지만 실제로 봅면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오디세우스의 정체는 사실 오디세우스가 활을 당길 때 밝혀져야 하는데, 활을 알아볼 때 밝혀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추리이다. (-65-)
호메로스는 칭찬받을 점이 많지만, 시인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칭찬받을 만하다. 시인은 자기가 직접 나서서 말하는 것을 극히 삼가야 한다. 그러한 행동은 모방하는 사람인 시인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시인들은 모방하는 것은 별로, 아니 거의 없으면서, 극 전체에 걸쳐 자기가 직접 나서서 휘젓고 다니지만, 호메로스는 도입부에 해당하는 짤막한 몇 마디 이후로는 곧바로 한 남자나 한 여자, 또는 다른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등장인물은 한결같이 뚜렷하다.
2400여년전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의 정수이며, 서양철학사의 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수사학, 형이상학, 자연학, 정치학, 범주론, 명제론을 써서, 자연과 철학이 구별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 철학의 계보의 뿌리를 형성하고자 하였다.특히 그 시대에 널리 쓰여졌던 서정시를 학문으로 끌언오렸으며, 시학은 실제 두권으로 이루어져 있다.1권은 현존하고 있으며, 비극과 서정시,서사시를 다루고 있다.반면 2권은 희극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지금 현재 현존하지 않는다.
이 책은 비극을 주로 다루고 있다.그리고 호메로스 하면 <일리아스>,<오디세이아>를 쓴 그리스 최고의 서사시인이며, 이 책을 쓴 <시학>에 일치하는 문학작품이다. 즉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생애는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지만, 그가 쓴 문학 작품은 수많은 시인들의 영감을 제시하고 있으며,서사시의 근본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그리스 시대의 비극은 어떤 특징을 지녀야 하는지 시의 구성과 짜임새,서사시의 전체적인 플롯은 어떤 목적성을 가져야 하는지,시의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었다. 소위 시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닌, 모방을 통해서 각각의 시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시가 가져야 하는 필연성과 개연성이 있어야 시로서 인정받게 되며, 비극과 서사시에 꼭 필요한 구성요소를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고대의 서사시와 지금의 현대시를 비교하게 된다. 현대시에는 시인이 화자로 등장하거나, 시인 스스로 시에 개입되는 경우도 있고, 개입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는 시인의 개인적인 부분이 들어가지 않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의 서두에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등장할 뿐 전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처럼, 현존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적합한 후보이다. 즉 서사시,비극에 시인의 개인적인 말이 들어가면, 시의 본질적인 요소가 희석될 수 있으며, 호메로스이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처럼, 2000년이 지나도 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