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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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기미에 대해 쓰고 싶었다.가는 것, 지는 것, 쓸쓸한 것, 약한 것, 남루한 것, 적막한 것과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6-)


나는 무기력과 우울에 짜져 있었다. 에너지가 다 소진된 듯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는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했고 죽음을 자주 생각했다. 노인의 죽고 싶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몰아붙이던 내가 지루해 이제 그만 죽고 싶다는 말을 믿을 수 있었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며 저녁이 오듯, 밤이 오듯 ,이불을 젖히고 잠이 들듯 그렇게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53-)


우리는 행복한 순간에 카메라 앞에 선다. 여행을 떠났을 때나 ,멀리 떨어졌던 .가족들을 만났을 때,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어서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는다. (-105-)


나는 수사만 현란하고 알맹이 없는 말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싫다. 그런 사람과 대화할 때는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표정 관리가 힘들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말을 잘하는 것은 다변도, 달변도 아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진정성 이 상대방의 마음에 가닿는 것이다. 말에 가시가 있어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152-)


여자들은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기억한다. 여자들의 전쟁에는 냄새와 소소한 일상이 함께한다. 여자들은 생명을 주는 존재다. 생명을 품고 생명을 낳아 기른다. 아이에게 함부로 꽃을 꺾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전쟁터에 있었다는 사실의 부조화에 괴로워한다. 그네들은 고향과 평화를 느끼고 새소리를 들으려고 밤샘 보촐르 지원하고 배낭에 숨긴 원피스와 굽 높은 구두를 몰래 꺼내 한 번씩 들여다 보기도 한다. 그네들은 전쟁에서도 클립 대신 솔방울로 머리를 구불구불하게 말고 폭탄이 날아오면 무의식적으로 몸이 아니라 얼굴부터 피한다. (-192-)


살아있는 것은 불안하지 않다. 삶도 그렇고, 따스함도 그러하다. 생명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죽음에 임박하는 그 순간이다.쓸쓸하고,나약해지면서,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들, 그 편린들 속에서 차가움을 감지하고, 생이 소멸될 것 같은 순간에 불안을 느끼고, 몸이 움츠러드는 이유는 그래서다. 인간의 삶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불안을 감지하는 순간 , 행복에 대한 집착이 이이지게 된다. 내가 의지할 대상이 사라진다고 생각할 때, 아이나 어른이나 함께 있어도 혼자 외로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많은 이들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그래서다.그곳에 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직감적으로 느끼긱 때문이다. 죽음에 접근하는 그 순간 인간은 불안을 느끼고, 안전한 곳으로 숨게 된다. 추위에서 멀어지고 싶은 심리와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심리,폭력에서 멀어지고 심리는 내 안의 불안을 멀리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1959년에 태어난 팔삭둥이 김미원씨는 김장배추에 미끄러져 정해진 달수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였다.이상주의자 아버지와 생활력 강한 어머니 사이에서 60여년간의 시간을 견디면서 살아오게 되었다. 학창 시절 수학 선생님에게 억울하게 맞았던 그 기억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수학을 잘하게 되었으며, 자시느이 삶과 운명은 스스로 달라질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삶과,에너지, 감정의 동선을 따라가게 되면,삶의 의미와 삶의 목적에 천천히 다가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목적은 저자의 생에서 삶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생명은 언제나 자신의 마지막이 나타날 거라는 것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살아간다. 나의 에너지가 점점 더 소멸되어 지는 것을 느낄 때,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죽음을 떠올리는 순간 무기력함과 우울증에 휩싸이게 된다.그럴 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스한 생명의 온기이다. 불안과 죽음을 감지할 때 느껴지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그 안에서 세상의 따스함을 지속적으로 공급될 때, 스스로 살아있는 객체가 될 수 있다. 즉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지 못한다면, 왜 살아야 하는지 알지 못할 때가 있다.그럴수록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과거 속의 행복을 꺼내고,그 행복 속에서 소중한 사람을 잊지 않고, 추억을 잊지 않는 것이다.그리고 나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을 담아낼 수 있을 때, 나의 행복은 살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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