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 김영준 장편소설
김영준 지음 / 보민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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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양쪽 주머니를 자갈로 가득 채우고 죽었는데 얼마 후 수련회를 하러 온 동네 고등학생들에게 발견되었어. 끝없이 정신이 떠오르는 괴로움을 어쩔 수 없어 아마 몸만이라도 떠오르지 않기를 바랐을 거야." (-18-)


'그때만 해도 얼마나 황홀했던가. 숙이가 나를 좋아하고, 나는 숙이를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 하나님의 자녀임을 굳게 믿고 함께 간직해 나갈 아름다운 소망을 나누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거짓된 종말론에 빠져 모든 것이 엉망이 되게 할 줄 몰랐다. 그는 거룩한 선지자였고,나는 한치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숙이가 그를 공격할 때는 오히려 분한 마음에 숙에 대한 적개심마저 들지 않았던가.' (-52-)


'너희들 말이야.혹시 '휴거'라는 말 들어봤냐? 예수의 공중재림 사건 이라는 거. 1992년에 있었대. 어떤 목사가 그날 세상이 멸망하는 날이라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자기를 믿는 자만이 구원을 얻는다고 했다네." (-126-)


드디어 1992년 10월 28일이 되었다. 입동을 앞둔 수요일, 대망의 날이었다. 비가 살짝 내리다가 오후부터 개었지만 조금 추적추적한 날씨였다. (-174-)


"장로님 , 우리가 인간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고 하나님의 말씀을 임의로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성서 어디에도 모월 모시에 주님이 재림하신다는 말씀은 없습니다.그 시한부 종말론은 그만 언급하시지요." (-219-)


1999년 영화로 나왔던 세기말이 있다. 그 영화는 차슨원,이재은 주연의 영화이며,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의 혼란스러운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IMF로 인해 파산직전에 놓여진 대한민국의 모습,그리고 그 초유의사태에 대해서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었다. 즉 그 영화는 우리가 생각해왔던 20세기 현재의 모습과, 불확실한 21세기, 밀레니엄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 시간의 흐름이 2000년을 넘어서는 가정에서 혼돈스러운 우리의 모습이 있었다.소설가 김영준께서 쓴 <1999>는 바로 그 시대의 모순과 카오스적인 우리를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휴거라는 잊혀진 단어를 다시 끄짚어 내고 있었다.1992년 먹혀 들었던 휴거론, 지구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선지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었던 저자는 소설 <1999> 를 쓰게 된다. 자신의 혼란스러운 자아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던 이 소설 속에서 우리는 휴거가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의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즉 시한부 종말론이 가까워지며, 어떤 특정한 날에 사망하게 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먹혀 들었던 그때였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먹혀 들었고, 일본의 오움진리교가 사린가스를 뿌렸던 것에 대해서 우리는 그대의 기억들은 어느 순간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소설은 바로 그때의 잊혀진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들추고 있었다. 즉 지금까지 우리 앞에 놓여진 이단교가 어떻개 만들어지고, 우리 삶에 침투하게 되는지 소설 속 주인공 현수의 모습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소설 <1999>에서 현수는 20세기를 반영하는 독특한 인물이었다. 지금 아이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40 대 이상의 연령대가 겪었던 과거의 모습이 현수의 모습에 반영되었다. 현수에게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한 여인은 사랑했던 숙이였고,또다른 여인은 미진이었다. 그리고 숙이는 현수 곁을 떠나게 된다. 소설은 이단교에 뼈져들었던 현수와 미진의 모습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종종 뉴스 속에서 보이는 하나님의 왕국과 같은 교회에서 자신의 재산을 교회에 모두 헌금했다는 소리가 입소문을 통해서 암암리에 들려오고 있다. 그들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서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소설 <1999>에서 현수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그들이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즉 내 안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스스로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되며,그 안에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된다.내 문제를 해결한다면, 선동이든 선전이든 종교든 어느 정도 먹혀든다는 것이다. 소위 이단교가 형성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예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파고드는 성격을 나타내고 있었다. 즉 미진의 행동에 대해서 현수가 단호하게 단절하지 못하는 이유,그로 인해 두 사람은 인생의 운명공동체로 서로 엮여 있음을 확인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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