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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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었을 때도 똑같았어. 오지도 않을 거면서 전화는 왜 해서, 왜 울기만 하는지, 용서할 수 없다고,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고함을 쳤어요. (-24-)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자매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도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70-)


조한흠이 숨겼던 '라이파이'는 만화가 김산호가 1959년부터 10년간 연재한 SF 물로 ,당대에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만화의 존재를 영우가 알게 된 것은 불과 보름 전이었다. (-75-)


지원자의 나이는 나보다 열 살 가량 많은 반면 의사면허번호는 한참 뒤였다.보수적인 이 바닥에서 나이 많은 후배와 같이 일하는 것은 여러 불편함을 예고했다. 못마땅하다는 티를 내며 이력서를 읽던 나는 '청진의과대학 임상의학부'라는 최종학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듣는 곳인 데다 '임상의학부'도 경성제국대학에서나 썼을 법한 말이었다. '평강군 보위성병원 군의관'이란 경력도 그랬다. (-106-)


테러리스트는 테러리스트일 뿐이라고, 어떤 포장으로도 그 사실은 가릴 수 없다고,정교한 포자은 단지 살인범에 대한 관음증적인 욕망일지 모르며 그것은 도덕적으로도 유해하지 않느냐고. (-153-)


희곤은 학교가 곧 문을 닫을 거라는 소문을 익히 듣고 내려온 털였다. 보직교수들이 떠난 자리를 메우느라 업무 부담이 극심했고 급여가 지연되거나 분납되는 등 부당한 대우가 이어졌지만 그 집에서만큼은 더없이 만족스럽게 지냈기에 희곤은 M 군에서의 생활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191-)


정혜는 은희의 노래도 좋아했지만 은희보다는 이장희였고, 이장희보다는 이연실이었으며,이연실보다는 트윈폴리오를 좋아했다. (-226-)


이전까지 진영은 교정 시설 같은 분야가 의학의 관심사가 될 수 있음을 알지 못했다.적응은 쉽지 않았는데 특히 이러한 종류의 일에서 사회적 합의가 과학적 합리설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마주했을때 ,합리성의 세례를 받으며 대학을 졸업한 진영은 심한 당혹감을 느꼈다. (-261-)


"당신의 갈급함은 무엇일까.명예나 양심 같은 걸까요? 하지만 이건 ,그런 고결한 가치들과는 어울리지 않아요.파련치한 소야강간범이 죽은 일이잖습니까?" (-279-)


이현석의 소설 <다른 세계에서도>에는우리의 삶에 있어서 특수한 부분,병원과 의학,의료에 대한 소재를 담고 잇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는 거쳐가야 하는 그 곳,병원은 불편한 곳이면서,공포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곳에은 우리의 삶에 대한 애착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연결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총 여덟 편의 이야기는 각자 다른 이야기와 소재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에서는 연명치료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유나와 유나의 아버지 이시진, 유나는 일찌기 어머니를 여의고,아버지 마저 자신의 손으로 떠날 준빅가 되어 있었다.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아버지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보호자로 서 있는 유나의 선택에서,유나의 감성의 동선을 짜라가게 된다면, 용서와 이해,그리고 선택과 결정으로 인해 고아가 되어지는 유나의 자화상이 보이게 된다.


소설 <라이파이>는 1950년대 유명했던 만화책 라이파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영웅의 근본으로 나타나는 라이파이는 모방하고 싶은 존재이며, 소설 속 주인공은 라이파이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공수를 익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영우는 어릴 적 기억 속의 라이파이가 자신의 연구 주제와 엮어 나가게 된 것이다. 60년의 시간차이 속에서 우리의 영웅에 대한 동경은 변하자 읺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 <부태복>은 북한과남한이라는 특수한 한반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소설 속 주인공 부태복은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이다. 소위 북한의 금수저 출신이며, 북한에서 배운 의료기술, 남다른 의학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남한에 넘어와서 새로운 의학 기술을 익혀야 했으며,나이는 많지만, 의사 자격증 넘버로 보면 병원 안에서 후배로 등장하고 있다.의학기계에 의존하는 남한의 의사와 다른 인술에 방점을 두고 있는 부태복의 의학에 다한 자부심,그것이 부태복의 가치관의 실체였으며,남한 의술에 대해 불신하는 그의 가치관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소설 <참>의 배경은 교도소이다. 교도소에도 의사가 필요하다.그건 밀폐된 공간에서 수용된 이들의 건강과 질병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하기 대문이다. 그 특수한 공간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들,그 상황을 견뎌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한편 우리에게 의사는 필수불가결한 위치에 있다.그들에 대해 의심과 불신 의 경계선에 서 있으며,죽음과 삶에 대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 안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모순과 위선,인간의 가치관의 실체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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