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어땠을까 - 엄마라는 '사람'의 이야기
노현지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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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과장님은 잘 먹지 못해 살이 찔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잘 어울리던 톤 다운된 라임색 가오리 핏 니트는 취향이 아니라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빠르게 움직이면 배가 경직돼 천천히 걸을 수 밖애 없었고, 따스하게 배를 감싼 손은 허리와 골반을 짓누르는 양수의 무게를 와화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17-)


자연분만을 하면 아기가 좁은 질을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산모의 회음부가 파열된다.이 파열을 막기 위해 분만 전에 미리 회음부를 절개하고 분만 후 실로 봉합하는데, 억지로 찢어지는 파열보다야 덜 아프겠지만 약한 부위의 생살을 찢어서 실로 꿰매 두었으니 얼마나 아프겠는가? (-75-)


그러나 철이 든 생일에도 여전히 생일의 주체는 엄마가 낳아준 '나'였고, 방점은 그런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대견한 나'였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당연했다. 생일은 응당 태어난 사람을 축하하는 것이라 했고, 내가 태어난 순간에 대한 그 어던 기억도 나는 갖고 있지 않으므로, 어머니가 태어난 순간에 대한 모든 기억은 엄마에게 있었다. (-182-)


그렇게 싫으면 좋아하지도 않는 생선이니 안 먹으면 그만일 것을 왜 굳이 날것의 생선을 들고 이렇게 괴로워하느냐,바로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는 끼니마다 밥을 입에 물고 한 시간씩 식탁에 앉아 속을 썩이다가도, 생선구이만 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밥 한공기를 비우고 더 달라고 그릇을 내밀었다. 잘 안 먹어서, 잘 안 커서 걱정인 아이가 백 퍼센트의 확률로 말끔히 먹어 치우는, 식사 소요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반찬이 있다면 아무리 내 취향이 아니라 하더라도 손이 가지 않겠는가? (-268-)


우리는 매일 매일 타인의 일상, 누군가의 일상을 보게 된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유튜브, 카카오톡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애써서 보지 않더라도,타인이 올려주는 일상 속에서 나의 삶을 관찰하게 되고,나와 타인을 비교하게 된다. 특히 내 주변의 산모들의 평범한 일상, 초보 엄마들의 일상을 보면, 아이에게 올인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아이가 웃으면,엄마도 웃고,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아프게 되는, 아이와 동질화되는 일상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의 일상적임 모습들이 많이 공감이 되었으며,그동안 내가 깨닫지 못했던 어머니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철들게 된다는 것은 가족의 마음을 알게 되고,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는데서 시작된다.


저자는 이제 마흔이 넘은 엄마이다. 2010년 결혼하였고,2010년 6월에 혼인신고를하게 된다. 그리고 2012년 10월 아기를 낳게 되었다.하루 하루 아기를 보고,아기를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아기의 모든 것을 몸으로,오감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즉 아기의 어릴 적 모습을 아기는 모르지만, 엄마는 그것을 똑똑하게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이다. 세 딸의 막내로 태어난 저자는 그 과정에서 육아의 고단함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딸이 아이를 낳음으로서, 그동안 자존심의 상징이었던 힐에서 내려오게 되었다.편한 옷을 선택하고,엄마가 될 준지를 하게 된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도 상황이 나를 위해서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자연분만이 가능하며,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이의 취향에 스스로 맞춰지게 된다. 즉 아기가 그냥 태어나서, 아기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거다.부모의 노력, 잠을 설치는 것, 그 과정에서 탈모가 일어나는 것은 기본이며,백일까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아기를 쫒아 다니는 것이 태반인 아이에게 온전히 시간과 노력을 올인하는 삶을 살아오게 되었다.그 과정에서 처녀의 몸은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으며,그로 인해 자신의 삶을 인정하게 된다. 즉 아기의 생일은 아기를 위해서 존재하지만, 그 아기를 낳은 어마를 위해서도 중요한 날이다. 하루 하루 긴장하면서,견뎌왔던 고단한 시간들이 엄마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없는 사십대 사십춘기 막내 딸이 이제 열살이 되는 아이를 위한, 그 기록들이 책속에 기록되고 있어서, 저자의 육아 경험과 아기에 대한 사랑이 깊이 묻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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