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평점 :
빵돌이들은 재익을 베지 크락, 채소 영감이라 불렀다. 채소 영감은 새로 들어와 마음이 심란한 빵돌이의 식판에 열일곱 장 정도의 이파리를 물에 씻어 올려놓곤 했다. (-10-)
여자는 미합중국 대통령 다말 알린스키였다. 인공지능을 관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뜻하는 상급성숙단계 지성체(Greater Maturity Grade Intelligence). (-23-)
인공지능이 처음 자의식을 갖게 되었을 때 그들이 정말 의식이 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정말 감정을 느끼고 자신을 성찰하고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가.그런 척 가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52-)
2061년의 이도리안들에게 1896년 조선은 성스러운 곳이었다. <독립신문>에 의해 이도 문자가 최초로 사회적 공식 문자가 되고 <코리안 리포지터리>에 호머 헐버트가 아리랑의 악보를 최초로 채록했다. 아리랑 노래와 함께 지구촌 대중에게 이도 문자의 존재가 전파되면,지구 보편 문명의 꿈이 현실 세계로 흘러 넘치기 시작하던 바로 그 세계사적 시공간이었다. (-129-)
나는 인간인가.인공지능인가.
내가 나일까. 양강도 혜산에서 태어난 이수지일까.나를 임차했던 인공지능은 정말 떠났을까. 디지털 데이터 형태가 되어 네트워크의 바다로 돌아갔을까.내가....아직도 그 인공지능인 것은 아닐까?이수지의 기억을 이용해 그 인격을 흉내 내는 자기기만을 하면서 눌러앉은 인공지능? (-209-)
이도 문자의 원리가 완전히 사라져야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법적 지위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본문 만이 아니라 세종실록에 있는 서문과 예의도 안 됩니다. (-265-)
모두가 훈민정음을 버릴 때 홀로 위험을 무릅쓰고 간직하는 어리석음에 대해,모두가 친일,친러,친미로 분주할 때 홀로 의병을 일으키는 어리석음에 대해.
근대화를 위해 한국인들은 이런 어리석음을 잊었다. (-347-)
소설가 이인화의 <2061년>은 역사와 SF 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안에는 자신만의 문학적인 세계관과 연결되고 있었다. 소설에서 느껴진 문학적인 세계관,그 안에서 우리는 앞으로 40년 뒤,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 세상의 근본적인 면화를 완성해 나가는 미래 2061년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인공 재익심, 심재익이 있다.재익은 소설의 전체적인 스토리 안에서,자신이 쓴 논문으로 인해 운명이 바뀌게 된다.수직적인 사회 시스템이,수평적인 사회시스템으로 바뀌게 되며,인간의 기억이 이식된 인공지능 기술이 현실이 되었다.그것은 우리의 이상이지만,그로 인해 인류는 또다른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재익은 빵에 들어가 있었다. 여기서 빵이란 지금의 교도소 개념이다. 채소 영감이라 부르는 재익의 운명적인 서사적 구조 속에서, 재익에게 특명이 떨어지게 된다. 2061년은 미국이 아닌 한국이 중심이다. 영어가 아닌 세상의 중심 언어는 한글을 쓰고,어문에 의해서, 인공지능이 완전히 실현된 형태,인간의 부속물이었던 인공지능은,이제 감정과 감성을 느끼고, 직감을 이해하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 미래의 모습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에서 현재로 올수 있고, 현재에서 과거로 갈 수 있는,그러한 우리가 꿈꾸었던 시대가 2061년 ,재익이 머무는 시대이다.
재익은 2061년에서 1896년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면서, 자신의 역할와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들,그 조건들 속에서 재익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서게 되었으며, 조선시대 이도문자라 부르는 세종임금이 완성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실체에 접근해 나가고자 하였었다.200권의 책으로 인쇄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1896년, 두권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두권을 찾기 위해서,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전문가 재익이 나서게 된다. 민족의 얼의 상징적인 의미, 전세게에서 창제이념이 명확한 이도 문자,즉 한글과 훈민정음 해례본,그것을 위해서, 재익은 2061년에서,1896년,독립운동이 한창 때였던 조선 말엽,그 시대,망국의 상징이 되어버린 조선의 모습을 이 소설속에서 재현하고 있었으며, 진시황제 때, 모든 책을 없애려 했던 문화 말살 정책처럼, 그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2061년을 위해서, 1896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면서까지,금지된 행동을 하게 되었다.이 소설은 문화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였다. 문화란 지극히 인간중심적이다. 그런데 먼 미래에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할 때, 인공지능에게도 문화라는 개념이 설수 있는가 아닌가에 대해서 논할 대이다. 그 논란의 중싲에 서 있는,우리의 미래를 지향하는 소설, 이인화의 <2061년>에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