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가
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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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매기 딱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10대 말 이후 언뜻언뜻 자살욕구를 느꼈다. 그런데 이제 밤낮없이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12-)


내가 중요하거나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자주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런 기분을 느낄 거에요. 자기가 중심이 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느낌, 그게 사람을 자살 충동에 빠트려요. (-71-)


"지속적인 쾌감 상실은 우울증의 특징이며 쾌락의 산만을 저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반영하기도 하다"라고 주장한다. (-95-)


비합리적이거나 불가능한 외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추락의 요인이 된다.타인들의 기대에 압도당할 때,그들을 실망시킬 두려움에 짓눌릴 수 있다. 그게 학생들의 자살 원인일 것이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부모의 기대는 높은데 이번 학기에 성적이 떨어져 자살하는 학생들이 있다. (-150-)


지갑에 쪽지가 있었다."뇌손상을 입으면 살아 있고 싶지 않아요.식물인간은 되기 싫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그외에 어떤 설명도 남기지 않았다.(-181-)


자살이라는 무서운 현상에 대해 터놓고 말하면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는 건 분명하다. 사실 그게 이 책을 쓰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메타인지(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인지능력),즉 자살성향자가 타인의 죽음에 대해 알면 쉽게 유혹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자살 전염을 막는 주저지선이다.(-233-)


이 책은 자살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살은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쓰여졌다. 대한민국은 공교롭게도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과거에 비해 자살률이 낮아졌다고 하지만,매일 자살하는 이들은 생겨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은 날, 트렌스젠더 모 하사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사람은 누군가 죽으면 슬퍼한다. 그리고 누군가 자살하면, 슬픔과 동시에 비난을 하게 된다. 그 사람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고통과 시련에 대해서 관심 가지지 않은 채,현상만 바라보면서, 공감은 도외시된 채, 하늘이 준 목숨을 가벼이 여긴 것에 대한 원죄를 묻고 있었다.그건 기독교나 무슬림에서 종교적 관점에서 자살은 하나님에 대한 무시의 일환이며,스스로 죽을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하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자살을 선택한다. 그건 동물의 세계에서 나타나지 않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감정과 사고, 감성의 의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자 오류였다.동물의 세게에서 일어나는 자살은 천적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자살이지만, 인간만은 동종 집단에 의한 자살이 원인이 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려고 했던 것만큼 자살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접근해 나가고 있다.우리 사회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자살에 대한 유혹을 받기 쉬우며, 마음만 먹으면 자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그리고 자살하려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무존재감이 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자살을 통해 자신이 안고 있는 마음적 고통과 시련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들이 높은 고층에서 뛰어내리고, 높다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며, 기차 선로에서 기차와 부딪치는 무모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깨끗하고,완벽하게 죽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즉 자살하려는 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자살 미수이며, 식물인간이나 뇌사상태에 빠지는 것을 혐오하고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살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지 않은 양가감정이 숨어 있으며,자신의 고통과 시련을 알아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는 현실이 자신의 존재감을 무력화하며, 스스로 죽음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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