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실로 가는 길
시아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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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다지도 죽고 싶어 했던 것일까/.언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죽고 싶었던 것일까.그렇게 누군가 물어본 적도 없지만, 스스로 질문해 본 적도 없다. 오랫동안 비가 내렸고, 무방비 상태로 선 채로 비에 젖듯이 죽음이 내게 스며들었다. (-25-)


장딴지 아래를 만지다가 허벅지까지 만졌다. 그러면서 언니와 그미와 웃고 떠들었다. 한쪽 손으로는 계속 내 허벅지를 만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뭐라고 할 수 없어 가만히 있었다. (-121-)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겠냐고 했더니 대번에 아는 곳을 추천해줬다. 그렇게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도시의 한 병원에 취직을 하고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다음 처음으로 그미의 집에 전화를 했다.그미가 울면서 전화를 받았다.나는 아이를 바꿔달라고 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223-)


죽음은 내 오랜 벗이다. 언제나 죽음이 가까이 있었다. 죽음은 너무나 친숙해서 죽음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상황이 떠오른다. 언젠가 죽으면 끝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죽으면 끝이 아니다. 죽음은 다른 차원으로 가는 여행이다. 죽음 이후 진짜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367-)


이 책에는 한 소녀가 있다. 무기력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미성숙한 소녀였다. 세살 터울의 언니와 아빠와 그미와 살아가는 시아는 세상의 불가항력적인 사회 제도와 법칙에 서 벗어날 수 없는 나약한 새였을 뿐이다. 그미는 매순간 악다구니와 악담 그리고 잔소리와 저주스러운 말을 시아에게 퍼붓고 있었다. 아버지는 살아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는 무능력한 가장이다. 실질적인 가장은 그미였고, 시아는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족쇄로 채워져 있는 가벼운 먼지 티끌에 불과하였다. 작가의 시대적인 상황, 데모가 간헐적으로 일어났으며,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성에 대한 권리와 스스로 숨죽이면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내 안에 벌레가 기어들어와도 그 벌레에 대해 항거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상실하게 된다. 이 소설은 바로 지금이라면 상당히 불편함이 느껴지는 ,그 시대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는 일상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나만 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당하였던 그런행위들,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했던 그 시대에 , 자신의 가징 가까운 그미나 언니는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않았고,해갈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죽고 싶었던 새의 모습, 죽어야만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시아는 절감하게 된다. 매 순간 죽어가고 있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찾는 시아의 자아, 그 자아에는 혐오와 상처, 아픔과 슬픔,우울과 불안이 감춰져 있었다.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시아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그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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