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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방역 살처분·백신 딜레마 - 왜 동물에겐 백신을 쓰지 않는가
김영수.윤종웅 지음 / 무블출판사 / 2021년 1월
평점 :
대량 살처분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밑바탕에는 '구제역은 아주 위험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숨어 있스니다. 또 국가 간 무역에 관한 이슈가 작용하기도 하지요.백신을 사용하면 수입제한 조치나 패널티를 받게 되기 때문이죠.구제역은 19세기에도 심각한 질병이었지만 살처분을 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어요. (-29-)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소위 '가축'이라 불리는 동물은 인간에서 멀어졌다. 농촌은 생산하는 곳, 도시는 소비하는 곳으로 정해졌다.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우쭐대기 일쑤지만 정작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 밥상에 도착하는지는 철저히 외면하며 살고 있다. (-61-)
"새끼를 죽이기 때 어미젖을 물리는데요.그때 주사를 놔서 죽입니다.그러면 어미의 커다란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져요.그 장면이 떠올라 잠을 잘 수 없었어요.매일 술을 마셔야 잠을 겨우 이룰 수 있었습니다." (-70-)
2016년 대규모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들고양이가 감염된 닭을 먹고 죽은 일이 있다.모 언론에서도 고야이도 포유류이고 사람도 같은 포유류이므로 사람도 위험하다는 논리로 사건을 보도했다. (-122-)
바닷가에서 맡은 생선 썩은 냄새? 아니 그것보다는 좀 더 기름지고 역한 냄새였다. 구덩이가 깊어질수록 그 냄새는 점점 더 심해졌다. 하수구 냄새에 썩은 젓갈 냄새, 달걀 썩은 냄새 같은 것이 섞여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토색 토양은 점점 검은색을 띠기 시작했다. (-152-)
내가 사는 곳은 경북 북부지역 작은 소도시이다. 인구 십만의 작은 소도시이며, 소와 닭과 돼지가 지역에 살고 있는 인구보다 더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해마다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돼질열병과 같은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농촌은 항상 외지인들을 철저히 단속하는 곳이다. 그건 상시적으로 구제역과 돼지열병,조류인플루엔자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물론 구제역이 창궐하여, 소를 매몰한 지역이며,이 책이 관심 가지게 된 이유는 그래서다.
구제역이 걸리면 지역은 발칵 뒤집어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지게 된다. 특히 구제역에 걸렸던 몇년 전 이맘 때 , 설 명절 외가에 갔을 때 ,좁은 도로 입구에서 방역소독을 하고 지나갔다. 그 때 당시 소를 매몰처리한 흔적을 직접 보았고, 커다란 하얀 비닐을 본 기억이 났다. 이 책에서 나온 이야기 속에서 구제역이 걸릴 때 우리가 왜 살처분하는지에 대한 현장을 나는 직접 보았으며, 그 과정 하나 하나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실제 구제역에 걸린 소를 정해진 동물 진료 의사를 통해 살처분을 하면,정부의 보상과 청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제역 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소값의 시장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 해도 송해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철저하게 구제역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왜 우리 사회가 동물인권을 외면하고, 살처분이라는 간편한 방법을 채택하느냐에 대해 말하고 있다.그건 소를 먹는 소비자가 도시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신접종된 고기를 꺼려하고, 축산 농가는 살처분을 하면, 소값을 어느정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정부의 정책과 농민의 이해관계,시장의 논리에 맞춰져 살처분이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작 소의 동물인권은 등한시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대다수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2021년 올해 초 지역에 조류독감이 창궐하여, 주변에 달과 오리를 매몰처리한 적이 있어서 ,책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20세기 대한민국에도 구제역은 있었다.하지만 그당시에는 지금처럼 매몰처리를 하지 않았다. 소가 구제역에 걸리면, 지역에는 동네 잔치가 열리면서, 구제역게 걸린 고기를 직접 현장에서 도살처분하여, 동네사람들이 나눠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대량으로 소를 키우고, 농촌인구가 줄어들면서,동네 잔치를 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소를 가정에서 비합법적으로 도살할 때, 법과 제도에 따르지 않으면 축산농가에 불이익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이젠 하지 않으며, 대신 커다란 포크레인을 동우넣래, 집과 가까운 농지의 흙을 파고,그곳에 소를 매몰처리한다.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되는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처분이 쉽게 일어나고, 혐오사회로 발전되고 있는 이유, 앞으로 우리가 살처분이 아닌 백신으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이 책에는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