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걷는사람 에세이 8
홍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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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맛난 음식을 손수해서 먹여 주시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새끼 제비처럼 입을 벌려 그들에게 받아먹었던 모든 것들이 그립다. 10여 년 전 병석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돌아가셨을 때 이젠 어머니가 보내주던 밑반찬을 하나도 맛 볼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6-)


한겨울 부둣가는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몸을 웅크리고 있어도 추운데 물기에 젖은 생선을 만져야 하는 직업이라니. 바닥에 살얼음이 얼고, 무더기로 쌓아 놓은 노가리도 버석거리는 소리가 난다. (-36-)


아줌마가 죽고 숙이 언니가 언제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모녀가 부두에서 날품을 팔며 살았던 자그마한 오두막집이 헐릴 당시는 새마을운동이 절정을 향해 치달을 때였다. 가자미식혜는 어머니가 담근 것보다 숙이 언니네 아줌마가 담근 것이 휠씬 맛있었다. (-103-)


7월 28일 날씨 :어제와 같음
오늘은 오메라는 동네로 성게를 까러갔다.말발은 넘어 동네고 오메는 다불재를 넘어야 하는 동네다. 제발 가까운 데서 엄마가 물질을 했으면 좋겠다. (-145-)


태풍이 오면 천지를 집어삼킬 듯 바다가 하얗게 뒤집어졌다. 태풍주의보가 내려 조업을 나갔던 아버지의 배가 한밤주에 쫒겨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지붕의 서까래가 빠져 달아나고 점방 처마에 걸린 양철 간판이 떨어져 날아다녔다. 부두에 매어 둔 배들이 키질을 당하듯 널을 뛰고 갈매기들조차 바람을 이기지 못해 끼룩거리며 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181-)


큰 언니가 죽은 이듬해던가 오빠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큰언니와는 달리 작별할 시간조차 없었던 돌연한 죽음이어서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로 인해 부모님의 인생은 송두리째 날아가버렸고,오랫동안 헛것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213-)


TV에 나오는 극한 직업에 단골로 나오는 직업으로 바다와 물질에 관련한 노동집약적인 직업들이다. 망망 대해 위에서 일하는 선원이나 거대한 물고기를 잡는 선원, 해녀들의 삶도 그런 극한 직업,죽음과 사투를 펼쳐야 하는 직업이 바로 바다를 터전로 살아가는 그들의 운명 아닌 숙명으로 천착하게 된다. 저자 홍명진,소설가 홍명진님은 자신의 경험이 오롯히 반영된  소설 <숨비소리>를 쓰면서 제주도와 해녀의 삶을 서술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삶이 오롯히 반영된 또다른 산문집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1967년생이며, 부모님이 마흔 이후에 낳은 자식이었다. 큰 오빠와 큰 언니가 있었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 마저 남은 인생을 정리하게 되었고, 그 고단한 삶이 저자의 삶과 어머니의 삶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 어려서,언니에 대한 그리움을 문학으로 연결했던 저자의 삶은 공부보다는 바다에서의 피폐한 노동의 삶의 연속이었다. 버스를 타던 돈을 아껴서 산을 걸어서 왔던 그 길들, 다른 일을 꾀하였던 저자의 삶, 자신의 문학적인 재능은 부모님이 던진 트로피로 인해 산산조각 나게 된다. 그 시절에는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였고, 문학은 천시되었던 그 가난한 시절이었다.그것에 대한 서운함은 이 책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서운함과 원망 섞인 감정의 동선의 종착지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영덕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책 속에는 바다의 먹거리가 반영되고 있다.나의 경우 바다는 아니지만, 자자가 살았던 곳,대게와 복숭아밭이 유명한 영덕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저자의 인생이야기 곳곳이 내 삶이 아릴 정도로 슬픔이 밀려오게 된다,. 바다에서 나오는 오징어와 대게, 양미리, 그리고 미역을 따다 말리는 작업들, 추운 겨울에도 물기가 마를 날이 없는 고단함 삶이 느껴지고 있었다.그 안에서 부모님의 눈을 피해 다니면서, 저자는 문학적인 재능을 잃지 않았다  학교 교내에서 부반장으로 뽑혔던 일화만 보더라도 말이다. 그 시절에는 허용하였던 학교 촌지 문화, 그리고 그삶 속에 우리의 애환이 느껴졌으며, 가족 중심의 노동집약적인 삶,그것이 사라진 현재의 삶이 교차되고 있었으며, 삶의 희노애락 속에 그리움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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