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 인생을 항해하는 스물아홉 선원 이야기
이동현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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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말하는 '바다를 누비는 일','세계를 보는 일',하지만 고립되고,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는, 선원이라는 직업을 도대체 왜 선택하게 되었는지 말이다.(-19-)


부모님이 알고 내가 아는 직업은 하나뿐이었다. 배를 타는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 배를 타야 성공한 어른이 된다고 믿게 되었다.(-23-)


배에서 산다는 것은 여행도 학교도 아닌 예상하지 못하던 다른 삶이었다. 만약 배에 필요한 것이 없으면 만들거나 혹은 참는 법을 배워야 했다. 

배에 오르기 위해 가져온 물건 중 실내화가 없다면 "아! 실내화를 가져왔네.슈퍼 가서 사야지" 가 아니라 다시 한국에 오는 동안은 실내화를 신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48-)


기관실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 소음으로 가득하다. 사람만 한 자동차 엔진에서 나는 소리도 시끄러운데, 3층 빌라만 한 엔진이 내는 소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99-)


기관실에서 귀마개를 하고 있으면서 우리네 인생도 이러한 귀마개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끄럽고 신경 쓰이는 게 많은 우리 인생도 괜찮은 척, 큰 고통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처럼 힘들  밖에 없는 인생을 조용하다고 착각할 수 있는 그런 귀마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102-)


배에는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감독할 수 없다.망망대해 위를 떠다니는 배를 감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잔소리 할 아내도, 충고할 친구도 없다.오직 스스로 판단할 뿐이다.그래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독선적이 된다. (-140-)


아기가 아버지의 얼굴이 낯설어 우는모습에 마음이 아팠다.자기와 닮은 얼굴인데도 낯선 것일까? 일기사는 아이가 참 많이 컸다고 했다. (-169-)


배를 타면 좋은 점 한가지를 꼽으라면 밤하늘의 별을 보는 일이다. 아무것도 없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일은 배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 까만 바다와 까만 하늘에 수없이 수놓여진 밤하늘의 별은 경이롭다. (-190-)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력을 주는 이는 나의 가까운 사람들이다. 특히 나의 가족이 가지고 있는 직업과 직업관은 자녀에게도 영향을 끼칠 때가 있다. 저자 이동현 님도 아버지의 직업, 아버지를 보고, 느끼고, 경함한 것들은 자신의 직업과 진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대 초반 막막한 생활 속에서 대학생활응 했던 저자가 해양대학교에 입학 후, 망망대해로 떠나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위의 기관사로 직업을 옮긴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배를 수리하는 아버지의 영향이 자신의 직업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저자는 바다를 말하고, 배를 말하고, 인생을 말하고 있다.20대 후반 배 위에서 살아가면서,먹고 자고 , 살아가는 것의 대부분을 배 위에서 보내게 된다. 한 번 떠나면, 시간을 견뎌야 하는 고독감과 외로움이 있는 직업, 배 위에서의 일상이었다. 특별한 직업에는 낯선 이방인으로서의 애환도 느껴지게 된다.아내와 결혼 후 배를 타고 바다 위로 떠나 다시 아내를 만났고,아기를 마주하지만,아기는 아빠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런 모습은 흔한 그들의 일상이며, 없는 것은 만들거나, 없는 채로 살아가야 하는 외롭고 고독한 일상이 반복된다. 하지만 컴컴한 망망대해에서 빛나는 경이로운 별들의 향연을 볼 수 있으며, 그 안에서 경쟁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평온한 일상을 즐길 수도 있다. 소위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삶을 온전히 배위에서 누릴 수 있다.한편 기관사로서 저자의 애환도 느껴졌다.거대한 기계에서 내뿜는 소음은 어떤 측정치도 거부하게 된다. 귀마개로 귀를 틀어 막아도 큰 효용가치가 없는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었다.여기서 저자는 인생과 귀마개를 연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느꼈던 것은 우리 사회의 소음을 견디고 이해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마스크와 귀마개였다. 즉 배 위에서, 거대한 컨테이너선의 소음을 견딜 수 있다면,세상의 소음도 충분히 얼마든지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배 위에서의 지혜와 세상의 소음을 잘 견뎌내는 인생의 처세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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