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한다는 것
윤슬 지음 / 담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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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불을 끄는 바람에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시는 아버지,마지막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다는 아버지. 다른 문을 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어른 그 문을 여라고 재촉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엄마가 떠난 날, 아버지의 마음에도 불이 꺼졌다. (-22-)


위로라고 할 수 없는 말과 실연을 당한 것 같지 않은 사람의 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난을 치고 있었다. 딱히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으면서 당장 키를 크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찾아 나설 기세였다. 유쾌함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고 만개한 겹벗꽃은 그런 우리를 따뜻해진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77-)


"씻겨주고, 먹여 주고, 아침마다 산책시켜주는 사람은 난데, 둘째는 당신이 제일 좋은가봐요.당신만 보이면 저렇게 달려 나오는 걸 보면," (-156-)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사랑을 많이 받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니, 이만큼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은혜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은 받았기에,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밀어 넣으면서 통화를 끝냈다. (-230-)


유튜브 윤슬타임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을 통해 투영하고 있었다. 이 책은 먼저 자기계발서처럼 보이는 소설이다. 책에는 세개의 큰 파트로 나누고 있으며,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로 연결되고 있는 짧은 단편이 이어지는 구조를 간직하고 있었다.여기서 소설은 우리의 일상을 이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엮어 나가고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틀을 깩로 나올 수 있어야한다.그건 이해를 하다가 오해를 부르는 또다른 문제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번한 삶 속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은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시작되며, 풀지 못하는 매듭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책에서 죽은 이의 잊혀진 삶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이에 대한 이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해한다는 것은 타인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어떤 것을 싫어하고,예기치 않은 감정이 불쑥 나타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게 되고,그로 인해 작은 문제가 큰 문젱로 발전될 때가 있었다. 이 책에서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 알아가고,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기질을 살펴보아야 한다.가까운 가족이라도,이해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다.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죄책감과 후회가 낳은 행동과 말에 대해 우리가 그 안에 감춰진 속마음까지 이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다. 어쩌면, 미안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세가지 마음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인생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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