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도 정치다 - 손종업 산문집
손종업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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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는 지겹다'라는 그 말이 어디론가 가서, 누군가로 하여금 정치 이야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오고, 부당한 자가 정치권력을 지니게 될 때, 우리가 소망했던 세계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으니깍요. 우리는 어떤 순간에도 항상 정치 속에 있습니다. 결국 고요도 정치입니다. (-7-)


말 잘하는 사람이 참 부러웠다. 말의 주인인 사람들, 말들을 완전히 제압해서 뒷발굽에 걷어 채이거나 물어뜯기지 않는 사람들,적당한 말들,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말들에 대한 거리감을 갖기도 했다. 그런 말들의 주인들이 대부분 그 재주 때문에 또 다른 실수를 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101-)


휴대전화는 고요 속에서 기다리는 일을,길을 잃고 헤매는 낭패감을 없애 주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순례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버렸다. (-130-)


물론 우리는 그런 유혹에 흔들리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한 마리 등에의 존재를 알고 있다.그가 지꺼이 선택하는 것은 가난이나 불편 따위가 아니라 죽음이다. (-199-)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고요가 있다. 그 하나가 자연 그대로의 고요라면 다른 하나는 인위적인 고요다. 현대인은 고요를 잃고 그것을 찾아다니지만, 동시에 고요를 묵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247-)


봄바다에서의 참극을 통해 우리는 귀한 생명들을 잃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신뢰할 수 없는 정부의 발표들은 의혹을 키우고 음모론의 온상이 된다. 그리고 그 음모론 속에서 구체화되는 것은 언제나 차고 음험하고 끔찍한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무서워라. 무서워라. 그런데 정부의 발표에 따르자면 가장 무서운 괴물 대신에 이상하게도 박봉에,비정규직에,제대로 대우받지도 ,무언가를 교육받은 적도 없는 이들에게 책임이 돌려진다. (-357-)


고요한 삶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단단한 토대 위에 법과 질서를 세우고 그것들을 잘 지켜나가면서 또 문제가 생기면 그것들을 서둘러 고쳐 나가는 과정과 관련된다 그러니까 고요한 삶에는 진보도, 보수도 함께 있다. 탐욕이 보수일리 없다. 법을 어기는 자들이 어떻게 보수가 되랴. 진짜 보수는 펴법을 알면서도 기꺼이 위엄있게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여야 한다. (-410-)


고요 속에서 책을 읽고 글쓰는 삶을 꿈꾸는 저자 손종업 님은 우리의 정치 안에 필요한 것을 고요에서 찾고 있었다. 고요라는 것은 컴컴한 새벽에 조용히 눈이 내리는 그 정적의 순간이었다. 자연과 벗하면서, 평온하고,조용하면서,세상을 관조하는 것,그것이 '고요'라는 하나의 화두에 함축되어 있었다. 저자는 우리 안의 정치에는 고요라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정치는 말을 통해서 시작되고,말을 통해서 오나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먼저 선점하고, 말을 통해서 경재하고, 편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말을 통해 반칙도 일삼게 된다.정작 정치의 본질은 잊어버리게 된다. 말과 소음 일색의 정치 지형 속에서 정치의 본질은 퇴색되고, 이념적 논쟁만 남아있게 된다. 정치는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적시하고 있었다.


저자는 고요는 침묵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말하였다. 우리는 침묵과 고요를 동등한 가치로 놓고 있다. 우리는 침묵을 묵음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고요는 그렇지 않았다. 침묵은 불의 앞에서,정의롭지 않은 순간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요는 그것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고요는 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되,기다릴 줄 알고, 바르게 행동할 줄 알고,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다.때를 기다릴 줄 알고,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 정치의 목적과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 고요한 삶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게 된다. 즉 고요한 삶은 ,고요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으며, 세상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그러면서, 좌우 이념에 치중하지 않으며, 우리 삶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 지극히 정치의 이치에 따라가면서, 유연한 삶과 평온함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정치 안에 숨어있는 고요함이다. 말과 소음이 왜곡된 카오스적인 정치환경을 만들어가면서, 정치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우리의 왜곡된 잘잘못을 성찰하는 것,그 안에 나를 바로잡아 나가면서,단단해지는 것,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언급하는 고요도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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