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넥타이
김진 지음 / 북나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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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거야"
모두들 미소를 머금는다.
12월쯤에는 딸기 수확을 할 거라고, 빨갛게 익은 딸기 따 먹으러 꼭 오라고 언니와 형부는 신신당부한다. (-39-)


군고구마는 겨울철이 되어야 맛볼 수 있고, 또 제 맛이 난다.
집에서 언니들과 군고구마를 해 먹다가 너무 태워서, 새까맣게 된 입술을 보면 참 깔깔대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들의 어머니는 많은 자녀들을 키우면서도 계절에 어울리는 간식까지 손수 만들어 주었다.(-48-)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들여다보다. 꽤 오래 집중하고 있는 편이다. 그 모습이 고맙기만 하다,. 나는 어머니의 상태가 지금보다는 더 악화되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80-)


열흘 전쯤, 아들 녀석과 양복을 사러 가서도 극심한 세대 차이를 맛보았다. 내 눈에는 아무래도 작아 보이는데 매장 직원과 아들은 그 사이즈가 맞춤하다는 것이었다. 또 내가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양복을 권하면 아들은 '핏'이 영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140-) 


남편과 나는 옷만 갈아입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깨어보니 오후 4시경,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도 계속 눈꺼풀이 내려온다. 또 다시 잠에 떨어졌다. 자정 즈음에야 겨우 눈이 떠진다. 정신이 번쩍 든다. 쌀을 씻고 내일 아침거리를 준비하면서 오늘 하루가 어느 새 다 지나갔다고 남편에게 종알거린다.남편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183-)


아버지는 내가 대학교 다닐 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넥타이라는 단어와 오버랩 되곤 했다.아내와 자식들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던 자상한 아버지.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아버지는 늘 새벽 4시쯤이면 라디오를 틀어놓고 신문을 보셨다. (-71-)


살아가면 힘든 날이 있다,.하루 하루 꼽씹어서 내 앞에 어떤 일이 갑자기 나타날 때,그 순간 느껴야 했던 삶의 무너짐이 감춰져 있다.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경험도 마찬가지다. 실수하고, 잘못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상흔을 남기게 된다. 수필이 위로가 되는 건,수필 속에 감춰진 내 삶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책 <아버지의 넥타이>는 저자의 첫번째 수필집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넥타이 속에 감춰져 있었다. 1990년대 그 넥타이에 대한 기억이 이제 과거의 추억 속으로 침전하고 있었다.21세기 지금 저자는 자신의 아들을 통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아버지에 대한 습관,패션, 몬화적인 감각은 아버지 고유의 가치이자 정체성이었다.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어려가지 기억들 속에 숨어있게 된다.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앞에 놓여진 특별한 날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제철에 맞는 먹거리와 간식들, 그 간식들을 준비하였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현존하고 있었던 건,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소중함이 묻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제철 음식,그리고 제철에 나는 과일이 맛있다. 겨울 철 뜨거운 난로위에 올려놓았던 군구구마 생각이 떠오르게 되었다. 물론 밤도 같이 올려 놓았으며,적당히 태워진 군고구마의 맛과 뜨거움은 우리에게 그리움의 자취였다. 사랑한다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내 앞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그 관계들이 내 삶에 대한 기억 그 자체였으며, 우리에게 남아있는 삶의 끝자락에서,추억과 기억에 대한 지속성과 보존에 대해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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