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 번째 눈과의 짧은 조우
브루스 보스턴 지음, 유정훈 옮김 / 필요한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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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

장화가 젖으면 ,너는 탑으로 돌아온다.
너는 스카프에서 머리를 꺼내 흔든다.
지붕 밑으로 가까이 오라.
모든 시계들이 녹고 있다,
나는 날개를 찾으려 네 등을 뒤지리라.(-15-)


삶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며,
루시퍼 자신과
지옥의 당파 정치에 관해 불평하고,
어떻게 보면

슬며시 또 넘어가면서
그녀의 몸을 
크고 흥분한
한쪽 손으로 매만지니, (-58-)


산업혁명에 관한 격론과
고상한 작은 목소리들로 이뤄진
궁극적인 해결로서의,
비극의탄생.(-81-)


우리는 조립하는 법을 배운
조립되지 않은 변덕맞은 심장을 숨긴
동물에 지나지 않으니
폭풍이 휘몰아치는
투쟁하는 세계를 창조하고,
투덜거리는 영혼들의
고착된 잔소리를
모두 다중 우주로 대체하려 하는,
우리의 이야기,거짓말,교리들. (-125-)


편집증적 평가에 의한 
식인 제국주의의
황홀한 이해력.

복숭아 같은 널 찾아먹을 거야.
그녀는 말했다. 매주 일요일에
하늘 어두운 아침에 먹겠어. (-197-)


브루스 보스턴의 <나의 세 번째 눈과의 짧은 조우>는 SF시라는 독특 장르를 추구하고 있었다.그건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좋읕 시의 기준이나 의미,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것,그것을 SF 시라고 말할 수 있다.즉 그동안 나에게 좋은 시란 보여지는 그대로 깊이 느껴질 수 있는 시,시작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 상징적이면서,은유적인 시를 보편적으로 좋은 시라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브루스 보스턴의 SF시는 그러한 통념에서 벗어나 있었다.1975년에 쓰여진 시부터, 2016년 최근까지 쓰여진 시까지, 40여년간의 시공간의 간극을 채워주고 있었으며, 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의미들을 알아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이 시집에는 연금술이 등장하고 있었다.그리고 미래의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들로 채워지게 된다.인간의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그것 뒤에는 연금술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즉 인간은 호모사피엔스 때부터 도구를 원하였고, 그 도구가 기술의 형태로 발전되어졌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SF 적인 요소의 근원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끊임없이 연금술에 의존해야 하는 인간의 과학과 기술의 마지막 종착역은 파괴의 근원, 멸망이나 멸종에 있기 때문이다.그래서인지 이 시에는 공산주의,제국주의,거짓말과 같은 이념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1970년대 그 시대의 표준적인 가치관을 투영하고 있었다.각 시대에 따라서 ,쓰여지는 시어는 달라지게 된다. 1970냥대에 쓰여진 시와 ,2016년에 쓰여진 시는 그 느낌이 다르다. 즉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현대의 과학과 기술을 시에 반영하고 있었다. 점점 더 익숙해졌고,SF 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음울함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SF 소설이 있는 것처럼, SF시도 있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내려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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