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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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산책하다 거북이를 만났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앉은 채로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움직임이 없습니다. 너무 느려 위험을 미처 피하지 못한 걸까요? 느리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삶을 살다 간 많은 인생들에 애도를 표합니다. (-26-)


늦은 오후의 산책, 마스크를 쓰고 홀로 걷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햇살과 벗하며.. (-59-)


삶은 줄서기와 기다림의 연속이란 것을 새삼 다시 느끼는 하루입니다. (-112-)


하늘은 끝없고 구름은 흘러가고 과연 내가 누구를 쉽게 평가할 만한 사람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160-)


아직 공사 중인 도로, 보도블록이 깔리지 않아 걷다 보면 신발에 흙이 들어갑니다. 툭툭 털어내고 다시 걷습니다.누군가는 길을 따라 블록을 깔겠죠?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215-)


계속 걷가 보니 잡이 오지 않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불안감'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요.결국,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계속 불안감이 가로등처럼 꺼지지 않습니다. (-257-)

화려한 것, 독특한 것,특별한 것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멈춰 버렸다. 사람들은 천천히,느리게 움직이다가, 이제는 멈춰 버렸다.우리 스스로 소비를 멈추고, 빛이 어둠이 바뀌는 그 순간을 서서히 보고 말았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러한 경험, 앞선 세대가 경험했지만, 망각했던 것,그것은 팬데닉이었다. 사람들의 일상이 급격하게 바뀌었고, 내면의 불안감이 감돌게 되었다. 불만 가득하였던 사람들, 분노 속에서 기다렸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일상속의 소소한 행복들을 포기하게 되고,체념 섞인 목소리로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 가길 바라고 있었다.


이 책은 2020년 하루하루를 기록해 나가고 있었다.그 하루는 우리의 일상이지만, 과거가 되면, 우리의 역사가 된다. 2020년 1월 1일 처음 해돋이를 보았던 그 시간,서서히 일상은 무너지고 있었으며, 많은 것들이 멈춰 버리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일상 속의 쓸쓸함,고요함과 침묵들이 서서히 수면 위를 떠오르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편린 속에서 소멸해 가는 인간의 감성들을 하나의 포토에세이 속에서 ,흑백의 잔상과 함께 우리의 인생의 장면들이 어우러져 가고 있었다.역동적인 것들,활기찬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모습들, 어느 순간 점점 더 느리게 느리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였고, 소독과 위생을 강조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회적 거리를 두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미덕과 배려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이 책에서 유난히 보이는 것은 자연과 골목이었다. 그 두가지는 인간이 놓쳐 버린 짤줍하듯 담아내고 있었던 느림의 미학이었다.인간의 사라진 감수성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견딜 수 있었고, 위로와 치유를 스스로 얻어갈 수 있었다. 작고 소소한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였던 인간의 오만함과 무례함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으며,우리의 삶의 소소한 가치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흑색과 명암으로 채워진 일상속의 스케치 안에서 인생의 기억과 추억을 가져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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