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류정호 지음 / 파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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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장의 기능이란 게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나 약물에서 생긴 노폐물을 없애고 ,우리 몸 안의 수분과 염분을 조절하며, 혈액과 체액의 전해질과 산염기의 평현능 조절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 (-36-)


지금까지 성조와의 첫 만남을 생생히 기억한다.,나는 보라색 니트 셔츠에 자주색 비로드 치마를 입었고,성조는 와인색 양복차림이었다. (-69-)


환우들에 대한 연민을 어쩌지 못해 차을 닫으러 갈 때,옆자리 노인의 팔뚝이 눈에 불쑥 들어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문을 닫던 손이 움찔했다. 작은 도마뱀 한 마리가 팔뚝의 살을 뚫고 들어가 기어가는 것처럼 혈관이 울뚝불뚝 불거졌다. (-102-)


이송원돠 간호사가 힘을 합쳐 이동침대에 누운 나를 시트째 들어 올렸다. 악!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내 몸이 침대 바닥이 아니라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통증이었다. 온몸이 갈가리 찢겨나가는 건지 안이면 이미 낭자하게 잘려나간 건지, 나의 감각이 나의 몸에 머물러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121-)


신장의 기능이 나빠진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절대적이고 고유한 권한인 미각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다. 투석으로부터의 해방, 제한되었던 음식을 누릴 자유, 그 두가지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큰 변화일 것이다. 이렇게 성조를 옭아맸던 동아줄이 슬며시 풀리면서 이제 막 빛이 스며드는 계단으로 오를 참이다. (-162-)


나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누군가를 위한 선물로 내어놓을 때, 나의 빈자리에 자유가 머물고 그 자유가 인생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206-)


부산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물리교사였던 저자  류정호 씨는 한 남편의 아내였다. 남편 성조 씨의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해 신장 투석을 받아야 했던 그 순간, 저자는 자신이 가진 신장을 남편을 위해 쓰기로 결심하였다. 남들이 미담으로 생각하고, 그 삶의 과정들,결정의 순간이 궁금할 때,저자는 담담히 두려움에 맞서고 싶었다고 말하였다. 이 책에서 상당히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일이 저자의 삶과 동일선상에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이 책에서 얻고 싶었던 건 감동이 아니었다.바로 저자의 삶의 경험을 얻고 싶었고,저자의 삶이 나의 삶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즉 저자처럼 나 또한 두려움에 맞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장기기증을 신청해 놓은지 10년이 지난 상태이며,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했던 것처럼 나 또한 가족 중 누군가에게 신장을 기증할 개연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헌혈하는 것보다 더 아픈 고통이 언제 불현듯 찾아올 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에서 신장에 이상이 있을 떄 시작하는 신장 투석,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신장 ,즉 콩팥 중 하나를 누군가에게 주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을 나 또한 대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험은 나의 간접적인 경험이 될 수 있으며, 실제 신장 기증을 해야 할 때, 저자처럼 나 또한 내 배에 왕자가 새겨질 수 있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기증이후 곧바로 찾아올 고통의 순간,그리고 병원에서 두려움과 맞땋뜨릴 때,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아갈 수 있었으며,신장 기증 시 먹어야 하는 면역 억제제의 실체,그것은 타인의 장기를 내것으로 일체화할 때 생기는 문제들을 위한 부작용 치료제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나 또한 환자의 입장이 될 수 있고,보호자의 입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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