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시간
해이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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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 난다 사원에서 명을 처음 맞이한 건 에야와디강이었다. 폭이 상당히 넓은 진홍빛 강에서 여자들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수영을 하고 남자들은 낚시를 했다. 히말라야산맥 남단에서 발원하여 미얀마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고 안다만해로 흘러든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12-)


"그러고 보면 여서은 참 용감해요.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하고 단호하게 요구하잖아요.쟁취할 줄도 알고요."
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며 명을 바라보고 ,희와 연은 잔을 맞부딪치며 건배를 제안했다.
"아옹민 빠세!"(-61-)


최는 희의 손을 지그시 쥐고는 팔목에 염주를 끼워졌다.감격한 나머지 희는 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었으나 장소가 사원이라서 그의 손을 한 번 꼭 잡았다.그러나 마차에 오르기 전 최가 현지 협력 여행사로부터 온 전화를 받은 이후로 회의 심경에는 알수 없는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107-)


인새은 다만 한 사람이 있을 뿐이죠.나를 버릴 수 있는 한 사람,나머지 관계는 그저 장식품이거나 전리품일 거예요.시간이 지나면 머리에서는 잊겠죠.그러나 심장은 잊지 못해요.그쪽에 두고 왔거든요. 여전히 식지 않았어요.일정한 간격으로 뛸 때마다 생각나는 한 사람. 
도서관 사서인 내게 그 사랑은 지난 이십 년간 도무지 분류되지 않은 책이었어요. 어느 곳에도 꽂아놓을 수 없어서 여전히 손에 든 채 고단하게 책장을 서성대기만 환 책. 그가 죽는 날까지 이 답신을 보관한 이유는 이것만이 내가 그를 마지막까지 사랑했다는 유일한 알리바이이기 때문일 거예요. (-139-)


그녀는 명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명과 약혼녀의 관계가 그녀 안에서 계속 커져만 갔다.파혼을 했음에도 심지어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을 우선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명에게 듣고 싶었다. 당신이 떠날까 겁이 나니,나를 꽉 잡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명이 또 한 번 시간을 달라며 거리를 두자, 그녀는 명이 파혼을 후회한다고 여겼다. 관계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때 떠오른 게 바간이었다. (-178-)


네사람은 미얀마 바간에 모였다. 그들은 각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으며, 명과 연,최와 희라 부르고 있었다. 연은 띠동갑 연상과 결혼했지만 배우자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며은 이제 서른 다섯, 파혼을 준비하는 남자였다. 최와 희는 서로 약속된 연인이었으며, 이들은 바간이라는 한 장소에서 ,사원 앞에서 모이게 된다. 바간에는 탑이 2000개를 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몇개가 있는지 알수 없는 곳, 바간은 불교의 성지였다. 그들이 모인것은 자신의 삶의 업과 시간에 의해 층층히 쌓여진 경험과 관계의 매듭이었다. 즉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네사람을 통해 여행에세이를 완성 시키고 있었다. 보는 여행이 아닌, 사유하는 여행,여행의 목적에 가까운 그런 여행이다. 즉 연과 명이 20년의 시간과 나이 차이를 두고 서로 통하는 게 있었던 것은 공통된 경험이었다. 최와 희도 마찬가지였다. 책 속에서 네사람은 각자의 인생,각자의 생각과 경험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새론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현재에 살아가면서,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미래를 바꾸기로 결심하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와 연결의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즉 이 소설에서 탑이라는 매개체는 우리 삶의 수많은 업보이다. 즉 탑 하나 하나에 자신의 소원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내가 버릴 수 없는 무언가를 쌓아두고 잇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즉 탑은 내 안의 쓰레기들을 덜어낼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아닐까, 작가으 의도가 반영된 소설,바간이라는 장소에서 네 사람은 기존의 관계와 연결들을 새로운 관계와 연결로 탈바꿈하고 있었다.그리고 남은 찌꺼기를 에야와디강에 흘려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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