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하루 시 같은 순간
박종민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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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섬

머리가 복잡한데
고민거리를 자꾸 올려주면
내 고민은 어쩌란 말인가(-23-)


어린왕자

멀리 가려면
조금 늦더라도 돌아가
품고 가든지

보아뱀처럼 미련하게 삼키지 말고.(-40-)


유년의 기억

붕어빵 한 봉디 손에 쥐고
터벅터벅 걸어오던 아버지 발걸음 소리에
졸린 눈 비비고 골목으로 뛰어 나왔던 그시절
그런 아버지 그런 아들,아직도 있을까 (-84-)


삶이란 게,참

테스 형, 보고 있나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올라가는 내 모습
어떤 어르신
오늘은 거미인간이 되셨다. (-111-)


웃음의 조건

우울하다고?
웃을 일이 없다고?
웃을 준빅다 안 된 거겠지
입 모양만 마꿔봐
저 아이처럼 (-124-)


메멘토 모리

죽음은 강도처럼 찾아왔다.
육신을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부릅뜬 눈 보고서도
느끼는 건 뭐 없니?9-167-)


도시의 기둥

이보게
설마 우릴 베어버리진 않겠지?

염려말게
우리까지 사라지면 다 무너지는 거야
머리가 있으면 그런 미친 짓을 하겠나 (-197-)


한해가 지나갔다.그리고 새해가 시작되었다.나는 한살을 더 먹게 되었다. 견디고 또 견디면서,행복한 순간이 찾아올 것 같았던 우리의 삶이 어느덧 해가 바뀌었고, 세상은 또 견디라고 한다. 시시한 하루,지루한 하루,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는 날들이 많아졌고,좋은 것을 보아도 좋아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TV 속 모습은 행복이 사라진 그 상태에 있다.얼굴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민폐가 되어 버렸으며,웃음이 사라진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디지털 문명 속에서 기술과 과학을 맹신하는 우리에게 , 2020년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그안에서 내안의 삶에 대한 성찰과 고찰,삶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날로그적인 삶,얷지로 웃는 삶, 돌아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멈춤은 내 앞에 놓여진 사람과 사물읋 깊 이 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쉽게 얻고, 쉽게 가질 수 있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다 보니,어느 덧 내 앞에 놓여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시적인 가치,시가 가져다 주는 힐링과 소확행을 이어나가게 되었다.주어진 것에 대해서 고마워 할 줄 알고,현재의 삶을 내 것으로 온전히 누리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짧은 시와 사진 하나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반짝빤짝 저 불빛 아래 옹기종기 모여사는 도시인들의 삶은 결국 나의 삶을 아날로그적ㄷ인 삶에서 해방되어서 디지털화하고 있었다.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없는지, 삼키지 말아야 하는 것을 삼키고 있는 건 아닌지 꼽씹어 보게 된다. 아는 것을 잘 아는 것, 이해하는 것들을 더 깇이 들여다 보는 것,그것은 시를 사랑하는 것이며,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앞에 놓여진 시간과 장소,사람과 사물을 관찰할 수 있는 삶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나의 삶을 되돌아 보고,내 삶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하나 하나 생각하게 되고,내 삶의 속도를 조금씩 조금씩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권의 책 속에 시상과 시간이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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