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수잰 레드펀의 <한순간에>는 말그대로 한순간에 일어난 사건 하나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짚어버린 이야기다. 그 순식간이란 교통사고다.소설 속 주인공 핀은 열여섯 고등학생이며, 가족 뿐 아니라 엄마의 친구 캐런 가족,그리고 핀의 친구 모린 가족까지 함께 하는 스키 여행이었다. 설원 위를 즐겁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꿈에 부풀어 있었던 그들 앞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바로 차가 가드레일을 박고 천길 낭떠러지로 조난 당한 것이었다. 즉 핀은 그 자리에 즉사하였고, 영혼만 남은 상태에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스스로 절규하지만, 사람들은 그 절규를 알아채지 못한다.
즉 이소설은 핀의 시점에서 죽음과 인간의 본질적인 모순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좋은 날에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우리앞에 놓여진 삶은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다.좋은 날, 그들 앞에 핀은 즉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상황이 최악으로 다다를 때, 인간은 이성을 잃고,도덕적인 관념조차 내려 놓은 상태에서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언급하는 이드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핀은 내 앞에 놓여진 사람들의 여러가지 민낯들을 볼 수 있었으며, 도덕적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실제는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죽은 다음에서야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는 그들의 이런 모습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그것을 애쓰고 있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오즈의 실종과 죽음이다.그 과정에서 실종된 오즈를 찾기 위한 노력들, 살아 있었지만,상처와 부상을 안고 있었던 그들은 서로에게 분노와 서운함의 화살을 날리게 되었다.그 안에서 핀은 자신이 입었던 옷들을 각자 살기 위한 방편으로 삼고 있음을 영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죽음 앞에서 인간의 고고한 존엄성은 소멸되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자괴감과 실망감을 금치 않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산다. 핀은 죽었고,오즈도 죽었지만 그들은 각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핀은 자신의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올 줄 몰랐다. 소위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고민하는 것,내가 죽은 뒤에 민폐가 되거나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들어 하면 어쩌지,그런 고민들이 상존하고 있었으며, 소설 속의 핀은 그런 면에서 행복한 아이였다,한편 위기와 상처는 서로를 돈독하게 한다. 각자 그동안 서로 몰랐던 것들,상처를 서로 보듬어 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소설 속 등장인물은 한순간에 파괴된 일상이 다시 수습되면서, 최악의 순간과 기억을 안고 가는 그들의 군상,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사랑만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픈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이유였다.
나는 죽었다.
이사실은 피릃 흘리고 있다는 것 깨달을 때 명확해진다. 그럴 때 보통은 날 내려다보면 피가 보여야 한다. 하지만 눈과 숲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꿈이락시엔 너무 순식간이었고,너무 생생하다. 나는 몸을 느낀다. 내 팔과 다리, 심장,호홉,하지만 다른 것들은 느껴지지 않는다.추위도,축축함도,중력도 ,공기도.(-65-)
그만해.나는 절규한다.하지만 아빠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분노로 이성을 상실한 채 자신 외에 원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화를 쏟아내고 있다.밴스는 맞을 때마다 끙끙대지만머리를 가리는 것 외에는 방어도 하지 않는다. 그의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팔과 다리의 맞은 자국이 부풀어 오른다. 아빠가 힘이 없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지금 때리는 정도는 건장할 때에 비하면 반에 반도 못 미치는 강도니까.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