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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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그게 가능해."
뒤집힌 명함 뒷면에는 '한국 경제의 희망, 남북 통일의 불꽃,개성 공업단지 입주 업체'라고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재작년에 사업이 재개되면서 들어갔어.이러다가는 동네 봉제 공장 사장으로 끝날 것 같아서 말이야. 정부에서 지원도 팍팍해 주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거든." (-12-)


이말자 여사가 주걱을 든 손으로 가리킨 곳은 유순태 법인장의 방이었다.방문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 그곳을 본 순간,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졌다. 이말자 여사가 코를 심하게 훌쩍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81-)


강민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지나가던 셔틀 버스가 차도로 뒷걸음질 친 공혁수를 들이박았다.끔찍한 소리와 함께 길바닥으로 튕겨 나간 공혁수는 허리가 뒤로 꺾인 채 널브러졌다. 한걸음에 달려가서 상태를 살펴본 강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167-)


둘이 싸운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쉽게 문을 열어 주고 등을 보일 리가 없었고,싸운 흔적이 남아 있어야만 했다.백영희의 말대로 주변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둘이 그냥 싸운 척을 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숙소로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219-)


"주요하지,현장은 깨끗했고,피살자가 저항한 흔적도 없었어,그래서 피살자와 아주 가까운 사람,그중에서도 단번에 그를 제압해 버릴 만큼 덩치가 큰 남자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잖아."
강민규가 던진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252-)


소설가 정명섭의 <제3의 도시>에서 제3의 도시란 개성공단을 말하고 있다.제1의 도시와 제2의 도시와 다른 공간,개성공단은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며, 그 공간에는 그들만의 법과 제도와 매뉴얼이 존재하고 있었다.그건 치외법권이라는 곳이기도 하며,남한의 법도, 북한의 법도 허용되지 않는 곳이 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그런 공간에 사람이 죽었다. 바로 개성공단에서 돈을 벌려고 했던 공장 법인장 유순태의 죽음이었다.'그리고 그걸 발견한 강민규는 살인 혐의로 붙잡힐 뻔한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


이 소설은 타살이 분명한 죽음의 실체와 진실,그 뒤에 숨어 있는 배후자를 추적하고 있었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에 남겨 놓은 여러가지 모습과 흔적,정황들이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와 범죄자를 향하고 있었으며,그로 인해 강민규는 범죄의 현장에서 개성공단 사람들과 개성공단 관련하여  엮여 있는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추적해 나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죽을 이유가 없는 곳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것이다.물론 그 죽음 앞 뒤에 죽음의 이유,죽음의 원인이 있었다.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된다.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죽음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에는 무언가 미흡하였고,허접하였다.그곳은 북한 땅, 개성공단이었다.범죄자를 잡기에는 여러가지 한계가 존재하는 곳이며,때로는 범죄자를 은밀하게 숨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그래서 강민규는 빼도 박도 못하는 결정적인 증거, 그리고 그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사용한 도구나 여러가지 화학 물질 ,더 나아가 행동이나 여러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만 했으며, 치밀한 추리 과정에서 객관적이면서,핵심적인 증거를 제시해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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