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이명경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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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하다가 왜경에게 잡혀가 심한 고문을 당한 끝에 그 후류증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8-)


"아 ,그렇군요.나는 토끼띤데,그럼 다섯살 차이네요."
순간,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엄마가 늘 하던 말이 생각났다.너무 들어 귀에 못이 박힌 그 말, 원숭이띠는 토끼띠하고 절대로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엄마는 왜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훼방을 놓는 것일까. 그 말을 지워버리려고 윤지는 체머리를 흔들었다.(-35-)


"욕심 없기로는 남매가 똑같네.누가 즈이 아버지 자식 아니라고 할까 봐 .너희 아버지,그 양반 참 돈 욕심은 없었어.당시에 변호사가 어디 있었어? 사건이란 사건은 다 몰려왔지.어떤 사람은 변론 안 맡아줄까 봐 미리 사과 궤짝에다 돈을 가득 넣어 가지고 왔어.나는 원지 모르고 받아뒀지.저녁에 들어와서 보고는 당장 돌려 주라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주인 찾아 돌려주느라 애먹었다니까. 돈 많이 준다고 아무 변론이나 절대로 안 맡았어.그렇게 갈 봐에야 돈이라도 한 뭉치 남겨주고 갈 것이지 자식들만 남겨놓고 갈 게 뭐람?" (-143-)


"완전히 말아먹었어요.말아먹은 정용이도 나쁘지만 기본적인 것도 파악 안 하고 계속 속기만 한 당신이 더 이해가 안 가요."
"지방에서 직장생활 하느라 달리 방도가 없었지.사실 공장 때문에 자나 깨나 머리가 무거웠어." (-234-)


"오랜만에 만나서 갑자기 이런 얘기 하는 거,무례하다는 생각은 말아줬으면 해요. 바로 말할게요.윤지 씬 예전에 내게 못했던 얘기,할 수 없었던 얘기,지금이라도 털어내야 하는 얘기 분명히 갖고 있어요.단언컨대 아니라면 거짓말인 거고, 내 말 맞죠?" (-289-)


한국 소설은 해외 여느 소설과 다르게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역사를이해하면 많은 부분들이 공감갈 때가 있다.소설 속의 주인공의 삶에 내 삶이 동화되는 경우도 있고,주인공의 삶에 깊은 공감을 느낄 때도 있다.이 소설의 주인공 이윤지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소설 <달항아리>에서 이윤지의 부모님과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과 엮여 있었다.그래서 윤지는 어려서부터 빨갱이 자식이라는 소식를 듣고 자라게 되었다.과부로 늙어가는 윤지의 엄마의 모습,그 안에는 남편의 부재와 돈에 대한 집착이 감춰져 있으며,그런 삶이 윤지의 삶과 겹쳐지게 된다.


윤지는 예비 의사였던 M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를 좋아할 수 없었다.1944년생 원숭이 띠 윤지와 1939년 토끼띠 M은 서로 상극이었기 때문이다. 즉 결혼하면, 서로 불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시대에는 통하였고,엄마의 그 말이 두려운 나머지 ,M 대신에 남편 박병용을 선택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윤지와 병용의 만남은 불행의 서막에 불과하였다.운지는 결혼 후 줄줄히 딸을 낳고 말았다.하지만 엄마는 윤지가 아들을 낳기를 기대하였다. 첫째 지현, 둘째 지선 세째 지은, 네째 지민까지,윤지는 아들 하나 낳지 못하는 박복한 여인으로 낙인 찍히게 된 것이었다.더군다나 남편 박병용은 속 없는 사람이며, 밖에서 볼 때,가정적이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아내의 시선으로 볼 때 속 터지는 남편이었다. 더군다나 남편 박병용의 남동생 박정용의 뒤치닥꺼리 까지 맡게 된 윤지,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은행에 빚을 내고 마는 그 과정은 불행은 불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또다른 불행의 연쇄작용이 된다는 것을 윤지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그리고 그 불행의 끝에는 IMF사태가 있었다.


소설 달항아리는 일제시대,6.25 전쟁, 그리고 IMF로 나누고 있다.여기서 변호사 아버지를 둔 윤지는 부자가 되기에 충분한 엘리트적인 요소와 학벌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엄마의 질책, 여기에 무능력한 남편과 자기 시댁식구만 생각하는 남편의 모습에 윤지 스스로 절망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소위 남편 병용은 자기 형제 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걷고 도맡아 하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빚까지 떠 안게 되는 상황,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1960년대에서 1990년대 후반까지의 대한민국의 흥망성쇠가 고스런히 윤지의 삶에 투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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