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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평점 :
아들이었는데....하필 고게 아들이었어..
엄마는 잦두 무릎이나 손가락을 주무르며 들으라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아들이 죽지 않았다면 엄마는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까. 엄마의 넋두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런 걸 궁금해 하다가 이내 그러려니 하고 만다. (-48-)
근데 있잖아.
노라가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말소리에 들쩍지근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달고 고소하고 구린.개똥이에게서 나던 냄새랑 비슷했다.그게 체온의 냄새인 거 같기도 했다.
내가 좀 전에 게자리 운세를 찾아봤거든.심심해서...서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난대? 아니면 남쪽? 아니 (-174-)
<목성에서의 해부>를 쓴 작가 김선재의 <노라와 모라>는 그녀의 어릴 적 기억과 추억이 담겨 있는 것처럼 세밀함과 디테일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노라의 삶, 그리고 모라의 삶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제목을 보면 두 사람은 자매인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하지만 노라의 성씨는 '노'였고, 모라의 성씨는 '양'이었다.즉 노라는 아버지는 일찌기가 세상를 떠나고, 어머니는 계부를 들이게 된다. 모라는 그 계부의 딸이었다. 즉 노라와 모라는 배다른 자매였다.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의 삶 그자체였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그리고 그 아버지가 남겨 놓은 것들,그것은 노아의 삶 그 자체에 채워지게 된다. 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여도 노라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그렇게 노라와 모라는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가족이 되었고, 인연이 되었으며,7년간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노라의 삶에서는 죄책감과 어머니의 넋두리가 숨어 있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운명적인 요소는 과거 1990년대 드라마 '아들과 딸'을 연상시키게 된다. 아들을 귀하게 여기고,딸을 업신여기는 차별적인 모습,노라의 기억 속에 없는 오빠의 존재가 자신의 삶 곳곳에 스며들게 된다. 즉 이 소설에서 노라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엄마의 삶과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죄책감 속에서 살아갈 방편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이성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어도,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서,나의 삶은 바뀔 수 있었다.그리고 그러한 삶이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들이 우리 삶을 흔들어 놓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