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보내는 작은 배 - 전 세계 아버지에게 바치는 자전적 에세이
차이충다 지음, 유연지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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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서 효도를 다하지 못한 채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보다는 뼈에 사무치는 분노를 느꼈다.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운명과 아버지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없는 아들의 처지,그럼에도 모든 것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현실이 분하게 느껴졌다. 하짐나 몸뚱이는 냉혹할 만큼 그들에게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몸뚱이는 기적도 마음도 믿지 않았다. (-11-)


"할머니는 왜 슬퍼하지 않은세요?"
검버섯과 주름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야 남은 미련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 말은 이후에도 동종 들었다.외조모가 돌아가시고 아서부터 외증조모는 자주 우리 집에 머물렀다. (-18-)


 "약속해 ,앞으로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질문도 하지 않겠다고 말이야.엄마란 아버지가 물으시면 너라도 나서서 더는 물어보지 못하게 말려줘." (-32-)


아버지는 오토바이가 달리는 내내 아무 말씀이 없었다.나는 나름 이야깃거리를 찾아 말을 꺼냈다.
"예전에 아버지가 형제로 삼았다던 사람이 이 해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원이라 하지 않았어요? 저기 배 위에서 어떤 사람이 우리한테 손을 흔드는데, 예전에 아버지의 아우라던 사람 아니에요? "(-78-)


나는 그 인터뷰가 장메이리에게는 하나의 의식, 일종의 인정을 받기 위한 의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나는 말을 더듬으며 중고등학생에게 해 줄 조언이 있는지 물어보는 등 따분한 내용의 질문을 이어갔다.그녀는 덕망이 높은 여인들이 사용할 법한 단어와 동작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며 답변을 했다. (-167-)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켜본 사람들은 나이가 열 두살, 열 세살 즈음 되면 유독 '인생','꿈' 이런 단어를 좋아했다.당시나는 그런 단어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211-)


그맘때쯤 내가 쓴 보도 글이 우연찮게 성에서 주는 뉴스 상을 수상했고 ,그 뒤로 신문사에서 나를 파견보내는 일이 많아졌다.나는 외부에서 인터뷰를 하며 야근하는 ㅇ날이 많아졌고,매일 기숙사에 돌아오면 거의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하지만 그 시각에도 숙소 안은 무척이나 시끌벅적했고 그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성격도 가지각색이었다. (-273-)


인생은 가끔 얄궂은 드라마 같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이파라는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그는 청강이 죽었다고 말했다. 서른 몇살밖에 되지 않은 그가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죽었다고 한다. 이상주의자인 그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사인이었다. 
용서해줘요.청강.당신은 내게 형제였고,나의 선생님이었고,나의 좋은 친구였어요.당신과 이별을 하러 가는 길 내내 나는 당신을 원망했어요.사실 리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요.그 대가로 당신이 가 버린 자리에는 쓸쓸하게 남겨진 당신의 아내와 딸 그리고 당신을 생각하며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친구들만 남아 있네요. 당신과 진심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허황된 꿈으로 스스로를 과대포장하지 않고 삶을 즐길 수 있을지,우리가 반드시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에요.
용서해 주세요.아버지,아버지가 편찮으시고부터 줄곧 정신없이 일에 치여 살고 돈 버는 것에 매달렸던 저를 용서해 주셀요. 전 그게 아버지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 생각했어요.하지만 아버지다 제게 남긴 유일한 사진,색이 다 바랄 때까지 아버지가 매만졌던 그 사진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네가 아버지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빼앗았다는 것을요.

두서없이 난잡하게 쓴 이 글을 나의 아버지와 나의 벗 왕청강에게 바칩니다. (-323-)


책을 읽는 것보다 하나의 경험,하나의 기억이 더큰 생채기가 될 때가 있다.책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맛을 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경험을 통해서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게 되고,그로 인해 느껴지는 나의 삶의 변화는 나의 인생관으로 바뀌게 된다.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태어나면서,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삶의 과정 속에서 씁쓸함만 남기고 갈 때가 있다.차이충다의 이 책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내 삶에 용기하나 가지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변화를 끌어뜨릴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젋부터, 성인기가 될 때까지의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하고 있는 저자의 시선에는 소중한 가족이 있다.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먼저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음은 그렇지 않았다.먼저 태어낫다 하여 ,먼저 죽는 경우는 없었다. 즉 나의 죽음이 타인에게는 큰 아픔이 될 수 있고,그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게 된다.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있어서 경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게 되며,그중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나의 삶에 발자국을 크게 남기고 지나갈 때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보다 저자의 외증조모의 이야기에 눈이 들어왔다.,자식을 앞세우고, 90을 살아가는 그녀의 삶에 있어서 슬픔은 느껴지지 않는다.누군가의 죽음이 나에게 슬픔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미련이 숨어 있어서다.애증,원망,억울함,분노는 미련 속에 감춰져 있다.즉 내 주변에 내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기일하나 하나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 이며, 미련 그 자체였다.돌이켜 보면 그런 것이다. 우리는 참 많은 미련을 흘리고 다녔다.슬퍼 해야 하는 그 순간 슬퍼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처다보게 된다. 외조모의 죽음을 바라보는 외증조모의 모습이 저자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마치 해서는 안되느 그런 것을 할 때,우리느 그에 대한 타당성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내가 죽거나 내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나 스스스로 슬픔에서 빨리 빠져 나오려면, 죽음에 대한 미련, 삶에 대한 미련을 어느 정도 내려 놓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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