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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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자리한 조촐한 영안실, 흰 천이 씌어 있는 금속 침대.이런 건 드라마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이 천을 치워 얼굴을 확인하고 쓰러져 우는 장면, 자신이 지금 그 입장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22-)


다다토키는 환하게 웃었다.
그가 입사하자마자 아파트를 구했고 나는 일을 그만두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그리고 둘이서 사진관에 가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빌려서 결혼 사진을 찍었다.다다토키와 가와사키 성을 쓰기로 했다."넌 성이 이미 한 번 바뀌었으니 이번엔 내가 바꿀게"라고 말했지만, 오토바이 상호명과 같아서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73-)


결혼하기 전부터 나는 병문안으로 얼굴을 자주 비추었다.이키코의 지병이 사건에 이용된 게 미안했고,그녀에게는 아무 죄도 없는데 방송 관계자들이 병원에 진을 쳤다고 해서 안쓰러웠다.두말할 것 없이 그녀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었고,그녀는 사건에 휘말렸을 뿐이다.중병이기도 했기에 나는 진심으로 아키코가 가여웠다. (-152-)


늘 온화하고 자상한 히데오의 또 다른 면모를 본 것 같았다. 말투가 거칠지도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닌데,어둡고 깊은 분노 같은 것을 느꼈다.
이 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갑자기 히데오가 낯설게 느껴졌다.게다가 노트북에 대해 속이는 게 역시 부자연스러웟다. (-236-)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열>은 복수에 관한 대서사시이다.주인공 사키코,그녀에게는 전남편 다다토키가 있었다.직장에서 일을 하였던 사키코는 다다토키와 결혼 후 일을 그만두게 된다.하지만 그는 예기치 않은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사키코는 하루 아침에 미망인이 되었다.  전남편의 죽음,그러나 사키코는 그것이 사고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라고 생각하였고, 다다토키의 죽음을 신고한 의사 히데오가 범인이라 생각하게 된다.


사키코는 얼굴을 바꾸었다.그리고 전남편을 살해한 가장 유력한 인물 히데오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의로운 의사로 불리는 히데오, 그녀가 자살을 시도하기 전 함께 할였던 이의 이름을 쓰게 되는데, 점점 더 전남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증거들을 히데오가 모르는 사이에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불증을 확보하게 된다.


소설은 우리가 생각한 그대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었다.가해자가 존재하고,피해자가 나온다.그리고 그 안에 복수가 일어난다.그런데 작가는 다른 부분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인간이 세상속에서 표출하는 분노와 공격, 선과 악은 정대적인 가치가 아니며,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선이 악이 될 수 있고,악이 될 수 있었다.즉 다다토키의 죽음에 대해서 사키코는 선한 사람으로 볼 수 있고,히데오는 악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그런 모습이 항상 누구에게나,보편적이지 않으며, 통용되지 않는다. 그 사람에 대한 정보나 여러가지 상황들이 그를 선과 악으로 구분할 뿐이다.즉 소설 <작열>은 주인공 사키코의 행동 하나 하나에 주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나열하고 있었다.즉 가해자와 피해자란 인과관계 속에서 현존하고 있으며,그 과정에서 우리는 순간 순간 판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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