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캐칭 - 제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수림문화총서
김범정 지음 / 광화문글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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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이모는 외가에서 소위 '내놓은 자식'으로 불리는 분이었다.그저 고분고분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했던 언니 오빠들과는 달리 학창시절 온갖 말썽을 일으키고 다녔다. 물론 어디까지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입장에서 말이다. (-5-)


세현이는 1년 전에 일하던 대학병원을 돌연 그만두었다.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대학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3년쯤 일해보니 자기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서릉 전까지는 꼭 자기가 워하는 걸 찾고 싶다고 했다.세현이는 일을 그만둔 뒤 ㄷ강연을 들으러 다녀 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분야에서 짧게 일흘 해 보기도 하고, 관심이 가는 게 생기면 도서관에 틀어박혀 보기도 했다.그렇지만 아직 어떤 것에도 확신이 안 생겼다고 했다. (-63-)


두 사람 모두에게 서운했다.그렇지만 준영이에게 더 서운했다.여러가지 이유를 상상했지만 내 확신은 하나뿐이었다.준영이도 분명 나처럼 세현이를 이성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았다.세현이의 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이미 준영이와 사귀고 있거나 준영이를 남자로 보기 시작해서 나 몰래 단 둘이 만난 건 아니었다.만약 으랬다면 세현이는 분명 내게 이야기했을 거다. 그런 확신은 있었다. (-147-)


그러나 한지혜의 말대로 나는 내 역할에만 너무 충실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세현이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 세현이를 여자친구라는 역할 밖에서는 조금도 이해하고 있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세현이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겟다. 지난 8년이 허상 같았다. 준영이와 함께 했던 시절에는 세현이를 이해하고 있었다.세현이의 미세한 표정을 보고 세현이가 느끼는 미묘한 슬픔을 이해했다. (-221-)


소설 <버드 캐칭>의 주인공은 최준영,김도형, 공세현이다.세사람이 보여주는 로맨스는 ,내가 생각하는 로맨스 소설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1996년에 방영되었던 KBS 드라마 첫사랑이 생각났다.그당시 드라마 주인공은 최수종,배용준,이승연이으며,시대적인 변화,현대인의 관점으로 볼 때,많이 달라졌지만 로맨스 구도의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즉 드라마 속의 최수종,배용준,이승연은 이 소설에서 김도형, 최준영, 공세현과 일치하고 있었다.


도현은 세현과 8년째 사귀고 있었다.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 연애중이었고, 아직 결혼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다. 간호사 공세현은 어느날 자신이 일하던 대학병원에서 나오게 되는데,도형은 세현의 행동의 근원이 자신의 문제에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즉 이 소설은 세현이 가지고 있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도형이 생각하는 관점에 오류가 발생할 때,그것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고 있었다.자신의 배우자가 될 세현, 여자친구 세현은 여자로서의 존재감은 충분하지만 묘하게 자신의 문제를 감추면서, 도형의 답답함을 부채질하게 된다.즉 세현의 숨겨진 슬픈 표정 뒤에 감춰진 비밀이 한때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주영에게 있다고 생각한 도형은 그 근원의 진실을 스스로 찾아나서게 되었으며, 세현이 감추고 있었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결혼을 미루게 된 원인을 파악하게 된 것이었다.


즉 이 책은 야구를 세사람을 엮어주는 매개체로 하면서,사랑의 본질적인 오류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사랑을 갈구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사랑의 실체,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도형의 집착의 근원은 세현의 슬픈 과거 속에 침전하고 있었다.즉 세현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 비밀로 인해 사랑이 어떻게 삐걱거리게 되는지 모여주는 소설이 바로 <버드 캐칭>에 숨겨져 있었다.즉 이 소설을 통해서 사랑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감춤으로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시간적인 인과관계를 통해 주인공의 심리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즉 세현의 문제의 뿌리는 도형의 학창 시절 라이벌 주영이 아니었다.그러나 도형은 세현의 문제의 뿌리가 주영에게 있다고 생각함으로서,사랑의 매듭을 풀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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