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삶과 작품세계 - 문학인생 반세기
박경범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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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현재의 제도와 문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이고, 진보는 현재의 문화와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라는 이문열의 판정은 타당했다. 다만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보수 혹은 진보의 태도를 취하게 되는 원인에 한하여는 이후 내 나름의 분석을 앞으로 적용할 것이다. (-26-)


이미 거쳐 갔던 자전적 소설을 제외하고는 이문열에게서 가장 대표성을 가지는 작품은 '사람의 아들'이었다.
"이 책은 구도의 길은 신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 걸어야 하지 않는가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봐요.오차원영성학교에서 주장하듯이 비종교 영성 수련이 중요시되는 지금을 볼 때 시대에 앞서 1979년에 인간 구원의 문제점을 살핀 작품이지요." (-103-)


"무리를 지도하는 것은 농공상의 1차 2차 3차 산업이 발달하기 정부터 동물과 공통으로 있었던 가장 오래된 직업이죠. 간혹 우리 고율의 사농공상의 서열이 잘못된 것이고 타파해야 할 악습이라고 하는 소리가 있어요.그러나 사농공상은 인간의 직업 분화를 나타내는 좋은 의미이죠. 농공상 은 1차 2차 3차 산업인데 이것을 두고 단지 놓인 순서에 따라 차별이라는 시선을 갖는다면 1차 2차 3차 산업이란 말로 농공상을 구분하는 것도 편견에 따른 서열 구분이니 쓰지 말아야 하겠죠" (-224-)


한국이 서양세력에 접수된 이후 지금 한국인은 대다수가 한국인의 혼을 이어받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워요.단지 혈연이 이어졌다고 그 민족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깃든 영혼이 그 민족의 것이냐가 관건이지요. 한국인이 커피를 좋아하고 영어로 된 랩을 좋아하는 건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지요. (-318-)


오늘 서희는 롱부츠에 허벅지가 노출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났다. 오늘 따라 여성적 매력을 극대화하여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그녀가 민망해할까 봐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녀의 매력에 끌려서 더 가까이 사귀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런 여자는 세상의 수고를 더많이 하는 이에게 양보하자는 생각이다. 진리를 탐구하든 세상을 구할 지혜를 찾든 간에 육체적 노동이나 인간관계의 고뇌를 덜 겪는 자들은 사바세계의 고난을 덜 겪는 자들이다.그러면서 세상에 내린 가치인 여성의 미모를 남들보다 가지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근기가 지혜로 세상을 구제할 수준이 되지 못함을 고백할 뿐이다. (-328-)


소설 <아가>는 여성이지만 장애의 불리함을 지닌 탓에 여성의 가치를 탐하는 남성들에게 모질거나 오만하지 않고 존재를 베풀었던 지난 시절의 여성에 대한 향수라고 볼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말미에 구태여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노래를 삽입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중증 장애인 여성은 수용시설에 들어가 아예 남자를 접하지 않거나 혹여 사회에 있더라도 엄격한 성관계 법률 때문에 그러한 여성과 가까운 관계를 가진 남성은 자칫 범죄인이 되기 쉬우며 역시 그런 이유로 남성들은 그러한 여성에게 일반인 여성에게 하기 보다도 접근을 꺼리고 있다. (-342-)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노래이자 공식 기념곡이라고 하지요.민주화운동은 물론 각종 시민사회 단체 노동 단체 학생운동단체의 집회에서 민중의례로서 불리고 있는데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이 곡이 국가로 제정되기를 원할려고 몰라요." 나는 그 물음을 구체화했다.(-364-)


1990년대 중고등학생에게 이문열의 문학작품은 필독서였다.새계명작문학 산책,중고등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한국소설에 단골처럼 등장하였다.소설가 조정래와 쌍두마차를 형성해왔던 그의 문학세계는 조정래의 길과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1990년대 이문열의 문학은 우리의 사유의 뿌리가 되었으며,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는 중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웅 소설 중 하나였다.


익숙한 작가이면서,그의 작품은 익숙하지 않았다.책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이문열 문학 세계,영웅시대, 변경,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레테의 연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사로잡힌 악령, 선택, 아가,오디세이아 서울, 호모렉세쿠탄스는 각각의 문학적인 이데올로기가 감춰져 있으며,한국사회의 시대적 고찰을 향유하고 있었다.즉 이 소설은 이문열의 문학에 대한 이해를 평론 소설로 엮어 나가고 있으며, 나, 은정,서희,이들은 서로 '나'를 중심으로 한 대담의 형식으로 전체의 스토리텔링을 형성하면서,이문열의 문학의 사유의 배경에는 진보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식이 감춰져 있었다.


그는 보듯이 진보의 모순을 객관적으로 지적하고 있었다.진보가 추구하는 것, 진보의 모순과 위선,그들이 집착하는 또다른 세계관에 대해서,자신만의 생각이 또렷하게 나타나고 있었으며, 아나키스트,아나키즘이 추구하는 바는 과거 성인의 도덕적인 순결과 깨끗함에 가깝기 때문에 극좌는 반드시 약점을 노출시킬 수 밖에 없는 치명상을 안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특히 이 책에서 여성과 성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들, 그안에서 진보 정치인들의 일탈된 행동은 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으며, 한때 뜨거웠던 감자,'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논란이 진보와 보수 이데올로기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지 이문열의 시선을 읊어나가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인 안익태의 '애국가'를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보수의 불안과 깊은 절망이 현존하고 있으며, 실제 프랑스의 사례를 제시하였다.


즉 이문열의 문학이 지금 현시대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보수 지식인의 대표주자를 내세움으로서,보수이데올로기의 재정립, 그리고 재결합에 있으며,그들의 사유 뒤에 미숙한 논리와 근거의 부족한 것들을 이문열의 문학적인 사유를 통해서 채워 나갈 수 있었다.즉 과거 21세기 개한민국 상장기를 겪었던 세대가 바라본 21세기의 진보적인 물결과 흐름, 그 뒤에 위축되고 잇는 보수적인 가치와 세계관을 어떻게 확립시켜 나가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며,진보의 치명적인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수 있으면서,그의 관점과 보수적인 색채 속에 답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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