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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니까 아프다 - A저씨 에세이
A저씨 지음 / 뜻밖 / 2020년 11월
평점 :
"배뇨의 시간과 배뇨량을 정확히 측정해서 기록하고 있자니 마치 내 몸이 중요한 실험장비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동시에 스스로가 그 실험의 감독관으로서 중요한 과학실험을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측정용 컵에 측정 대상이 되는 액체를 담을 때, (물론 중요한 실험 장비의 한 부분인 내 몸에서 ,그것도 특정 배출구를 통해서 따라낸 것이지만),그리고 측정을 마칰 후 한 방울이라도 밖으로 튈까 조심히 변기에 비워낸 다음, 물로 깨끗이 컵을 씻고 있을 대 순간순간 드는 자괴감은 일종의 양념이요,스멀스멀 올라오는 암모니아 냄새는 현실을 보다 적나라하게 만드는 일종의 각성제와 같았지만 말이다..."(-10-)
의사 선생님 말로는 정상 수치이기는 하나 그 정도의 수치는 갱년기 남성에게나 보이는 정도의 낮은 수치란다. 갱년기 남성이라니, 요즘 야동 볼 생각이 별로 안 들었ㄱ던 것도, 어쩌다 봐도 심드렁했던 것도 다 그것 때문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순히 결혼하고 나서 굳이 찾아보고 싶지 안아져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는데...(-105-)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지는 않아서 '무좀 없는 세상'에서 살다가 전염되고 말았는데, 치료를 시도했으나 잘 낫지 않아서 지금까지 달고 살고 있었다. 지난번의 그 뾰루지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치료하려면 귀찮고 , 그냥 참고 견딜 만 하니 무려 25년여를 달고 살았던 것이다. (-184-)
'마누라가 그러더라. 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폐 한쪽을 도려내든.항암치료를 해서 머리가 다 빠지든. 어쨌든 살면 된다고,그래.살면 되지.근데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를 받게 될 텐데 어쩌면 사업도 더 이상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아무래도 그렇게 축난 몸으로는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테니까.그것도 ㅁ치겠더라.울다 울다 보니 눈물이 말라서 나오지도 않더라고.근데 울 마누라 말이야.정말 대단하더라.나는 쓰러져서 아무 것도 못하는데.살아만 있으면 된다면서 애들 다 볼보고 일상생활 다 하더라고.' (-246-)
4학년 4반 아재 이야기가, 책 <아재니까 아프다>에 담겨져 있었다. 통상적으로 아재란 , 먼 친척인 경우에 부르는 공통된 호칭이었다.그것이 현대적으로 변형되어서, 아저씨를 대신하여 쓰여지고 있다.아저씨라도 듣기엔 별로이며,오빠,혀이라 하기엔 애매한 나이,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모호한 존재감, 중년이지만 중년이 되고 싶은 이들이 생각하는 아재는 모호하고 ,애매하다.
저자는 아내의 빵 터지는 웃음소리에 용기를 내었다고 한다. 40이 넘어서면 느끼는 몸의 변화과정,아프지만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것,시큰둥한 성관계, 자신의 몸의 변화를 착각하게 되는 나이, 죽음에 대한 인식과 자각,두려움과 공포를 내면에 삼겨냐 하는 나이, 평생 세번 이외엔 울면 안되는 존재, 그것이 남자들,아재의 숨겨진 아픔이었다.즉 슬프지만 슬퍼할 수 없었고,아프지만, 창피하여 말할 수 없었다.더군다나 자신의 아픔을 쿨하게 내보낼 수 있는 대범한 마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아재의 구도이면서,자세가 엿보였다. 한편 몸에 이상이 있어서 비뇨기과에 가게 되고, 전립선,탈모,무좀까지 신경써야 하는 나이,그리고 나쁜 것들은 스스로 끊어야 하는 나이가 바로 저자의 나이였다.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욱해서,몇십년동안 관습적으로 해왔던 것을 한순간에 끊어버리는 소심함, D컵 베둘레헴을 만지면서도 여전히 A 컵 베둘레헴을 꿈꾸는 아재의 오만과 자만심, 바로 그러한 아재믜 모습들, 아픔과 슬픔,희노애락이 느껴지는 책 <아재는 아프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