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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나는, 좋은 의사일까요?
레이첼 클라크 지음, 김은영 옮김 / 책든손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 막 '의사 제조공장'에서 성형되어 나온 새내기 의사로서 ,췌장염의 원인 스물여덟가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뼈 206개의 이름,스트레스와 공포의 신경생리학 같은 것들을 줄줄이 꿰고는 있었지만, 응급환자를 앞에 두고서는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깜깜한 처지였다.
대부분의 의대생들과는 달리, 나는 이미 콩고 민주공화국의 내전 상황을 취재할 때 산처럼 쌓이는 시체를 가까이서 목격했고 그런 상황에서는 나도 본능적으로 뒷걸음치고 달아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때로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려야 했고, 때로는 구역질을 멈추기 위해 몸을 돌려야 했다. (-93-)
나는 내게 찾아온 행운을 믿기 힘들었다.줄여서 트리플A 라고 말하는 복부 대동맥류 abdominal aortic aneurysm 는 심장에서 인체의 말단까지 혈액을 실어나르는 가장 큰 동맥 중에서 복부를 지나가는 동맥-복부대동맥-의 벽 한 부분이 약해지면서 생기기시작한다. 느리지만 중단없이, 격렬하게 혈액을 펌프질하다 보면 이 거대한 동맥의 일부가 다른 부분보다 얇아지다가 너무 늦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던 혈관벽이 결국은 터져 버린다. 5리터에 달하는 혈액이 복강안으로 쏟아져 고이게 되고, 이때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환자는 한 시간 안에 사망하고 만다. (-209-)
저자 레이첼 클라크는 영국 공공 의료서비스 산하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이다. 의료에 있어서 말기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담당하는 의사로서,응급 뿐만 아니라 외과 의료행위도 같이 병행하고 있었다.여기서 영국의 의료계의 처우와 한국의 의료계 처우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영국은 일주일 평균 52시간을 준수하는 반면 한국은 88시간의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그만큼 한국은 환자들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채 의료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로인하여 애꿋은 환자들이 삶을 마감하는 의료현실이 대두되고 있었다.즉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영국의 공공의료와 한국의 공공의료 시스템의 차이이며,저자의 삶을 통해서 의료인들의 어려운 점을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영국의료게의 문제점을 꼬집어 말하고 있었다.저자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이면서, 다큐멘터리 기자로서 경험이 있었다.콩고 내전에서 그들의 시체를 직접 목도하였고,인간의 삶의 마지막 끝까지 관찰하면서,기자로서 본분을 다하였고,10년 동안 해왔던 기자의 책임을 내려 놓고, 의사로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6년동안 수령의로서 환자를 대하는 과정들, 죽음과 사투하는 그 순간에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있었다.소위 NHS (National ealth Service)에 고용된 저자는 영국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파업을 시작하게 된다.그로인하여 영국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었으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하지만 저자는 다큐멘터리 기자에서 의사로 전업하면서, 자신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가 되고,영국의료의 현주소를 고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고,페이스북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게 된다.즉 이 책을 읽으면서,한국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음을 자각하게 된다.의사들이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의료장사를 하고 있다는 여론 몰이는 결국 그들에게 불리함만 가중시켜왔다.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의사의 힘든 사회적인 조건을 이해할 수 있고,환자와 의사간에 서로 절충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더 나아가 여의사로서 겪어야 하는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는 저자의 삶의 방식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의미이면서 가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