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불의 향기
이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또 죽여도 저주받을 이름조차 없는 망안니 하나, 처형됨으로서 만고에 길이 이름을 남길 반역자 허균,
두 마리 간다!
풍경 하나가 홀연히 피어오른다. (-10-)


양반 아비와 천민 사이에 태어난 얼자라고 한다고, 신분은 어미를 따라가므로 얼자는 천민 신분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해서 높은 신분의 아비에게 감히 아비라 부를 수 없고 그 아비의 적법한 자녀들에게 감히 형이나 누나라 불러서도 안 된다고,어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69-)


왕은 전쟁을 안다.
백성들이 무단으로 침입한 왜적에게 필설로의 형용이 불가한 고통과 울분을 당했음을, 빼앗기고 얻어맞고 강간당하고 죽어갔음을,왕은 안다.
왕은 배고픔을 안다.
적군의 창칼보다 백성의 목숨을 앗아간 건 빈 위장에 고여 든 신물이었음을,아무데서나 뜯어 질겅거린 잡풀의 독이었음을 왕은 안다.
왕은 신분차별의 설움을 안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서얼들에게 갑작스레 벼슬자리를 내어주며 전쟁에 나가 공훈을 새우라 부추기던 정부가 전쟁이끝나자 모든 공적을 가로채고 주었던 벼슬저리를 가차 없이 빼앗았음을 왕은 안다.
왕은 또한 안다.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제일 먼저 도망쳤던 자들이 전쟁이 끝나자 제일 먼저 돌아와 승리자의 면류관을 뒤짚어쓰고,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비판하고 단죄했던 사실을 왕은 안다.
그에게는 개혁안을 선포할 자격이 있었다.서얼과 승려, 천민과 노비, 그리고 여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자격이 있었다.조선의 상징이자 명분이자 심장인 그의 이름으로 혁명이 포고되는 순간, 새로운 조선은 시작될 수 있었다.(-143-)


"사람마자 타고난 성품이 다른 것은 하늘이 주신 것이오.타고난 성품에 따라 사는 것은 인간의 도리다.그 도가 인간 세상에서 잘 실행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널리 펴는 게 자로 정치다. 하늘이 정해준 자리를 감히 벗어나려는 자, 남이 받은 것을 탐내어 세상의 질서를 헤치려는 자, 그런 자들의 충동질에 휘둘리는 자, 이런 모든 어리석음을 바로 잡는 것이 또한 정치다." (-215-)


허균은 광해군 때 사람이었다.형조판서였으며, 이이첨의 수족이었다. 그러나 그는 시대를 앞서 나간 인물이었다.1592년 일어난 조선시대 최대의 전란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모습은 국난을 겪게 되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지게 된다.한편 조선시대 백성들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을 놓치게 된다. 이이첨과 광해군, 그리고 허균.이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였으며, 조선시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이이첨은 허균을 수족으로 다루면서, 허균을 버린 인물이기도 하다. 조선의 조정에서 효수되었던 허균의 비참한 삶,그 살이 이 책에 작가의 시점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지고 있다.


역사적인 성찰, 이 책은 조선의 역사는 말하고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선조는 한양 도성을 버리고 자신으 안위를 살피면서,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이순신과 류성룡은 임진왜란을 해결한 일등공신이지만 선조 임금이 돌아온 이후 ,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그리고 선조 임금이 승하하고 ,광해군이 조선의 임금이 되었다.허균은 핍박하는 조선 사회, 신분 차별이 현실인 조선 사회를 개탄하고 있었다.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는 서얼 출신,얼자가 있다. 하지만 광해군은 자신의 울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왕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허균은 너무 앞서 나간 인물이었다.지금 우리가 널리 읽고 있는 홍길동전은 허균이 꿈꾸는 이상향의 나라였다.신분 차별이 없는 나라, 그가 꿈꾸는 나라였다.그러나 그의 이상향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그 시대의 기득권이 광해군 때 현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전란으로 인하여 백성의 삶이 궁핍해졌을 때, 광해군은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광해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허균은 그러한 광해군의 위선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자 한다.즉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이 기반하고 있으면서,우리의 역사,우리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다.왕이지만 ,왕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그 제한적인 것을 가능할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외쳤던 허균은 그로 인하여 자신의 삶을 내려놓게 되었다.그러한 역사적인 흔적과 그의 비밀스러운 죽음을 작가의 상상력이 기반하여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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