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에게 - 아프지만 잊고 싶지 않아서 쓴 우울한 날들의 기록
김현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네가 무슨 우울증이냐는 비아냥이 섞인 말이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발은 바닥에 잘 붙어 있는데도 어디론가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철렁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수많은 부정적인 경우의 수를 생각했지만 비웃음을 당할 줄이야. (-20-)


엄마 아빠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자주 엇나갔다.내가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 내가 가려는 방향은 무조건 틀렸고, 본인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강요했다.그리고는 '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만 돌아왔다. 한 번 맞기 시작하면 푸른 멍이 들어야만 매를 그쳤고, 부부 싸움을 하거나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겪는 날이면 나와 동생에게 화풀이를 했다.노크 없이 방문을 열고선 언성을 높였고, 화까지 낼 일이 아닌 일에도 버럭 화를 냈다.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목력을 겪었고,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수많은 협박을 받았다.(-80-)


입은 하나, 귀는 둘, 나는 이 말의 뜻을 늘 되새긴다.말하기보단 듣는 사람이 되기.이런 내가 남들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는 건,우울증 증상이 하늘을 찌른 이후부터 였다.전처럼 혼자 끌어나고 있기에는 너무 버거웠고. 어디라도 내 감정과 상태를 게워내고 싶었다. (-145-)


하지만 내 몸이 들어가지 않는 가치관에서 튕겨져 나온 이후에도 타인의 가치관이 나를 욱여 넣는 걸 그만두지 못했다. 긴 머리 스타일ㅇ을 고수하는게 나에게 어떠한 만족감도 즐거움도 주지 않는데도 변화를 주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수많은 날들 중 어느 날, 부모님의 가치관에 맞춰 날씬한 몸을 만들기 위해 굶는 것과 지금이 뭐가 다른가 실었다.그래서 미용실에 가 머리카락을 잘랐다.(-258-)


그래서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우울증과 관련된 내 이야기를 일절 거두게 되었다.얘기를 해도 공감하지 못할 테고, 털어놔 봤자 마땅히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난감해 할 테니까.그러다 보니 우울증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과 점점 거리감이 느껴졌다. 거리감을 느껴가며 지금의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우울증인들, 비슷한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했다. (-347-)


어째서 타인에겐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할까.자존감이 낮아져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리저리 고민해보다 나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어릴 적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일을 겪었다.가족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동생 외에는 타인을 잘 믿지 못했다.(-369-)


이 책은 저자의 우울일기였다.어려서 사랑을 받았던 저자의 삶은 성장하면서,우울의 근원이 되었다.아주 어릴 때, 아빠에 의해서 학교 등교를 하고,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된다. 그것이 사랑이지만, 억압이면서, 학대와 증요,혀오의 대상이기도 하였다.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사랑을 표현하지만, 두 사람이나 가족이 있을 때는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부모님의 자화상을 지니고 있었다.공감과 이해,이 두가지를 원하였던 저자는 타인에게 자신의 우울 증세를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저자에게 비웃음과 조롱,공감하지 못하고,교감하지 못하였다.


돌이켜 보면 이런 가족의 모습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었다. 대체로 어떤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적극적이고,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이들이 있다.그런 사람들이 가족 앞에서는 갑자기 돌변할 때가 있다.가족에게 강요하고, 강요한 것에 대해서 먹혀들지 않고 저항할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은 예견된 거나 마찬가지였다.중학교 때부터 성장하는 가정환경 속에서 저자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된 것은 그런 이유였다.죽음을 꼽씹고 또 꼽 씹었을 것이다.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공감의 눈빛을 보여줬다면,저자의 우울감은 덜했을 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들은 선입견,편견을 가지고 있다.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정서로 사랑과 돈이 있다면,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을 거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또다른 편견 그 자체였다.바로 저자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밖에서 보여지는 부모님의 모습과 안에서 보여지는 부모님의 모습은 차이가 났던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집에서 화풀이 하는 스타일,그런 것들이 되물림되고, 되세김질 하면서,저자의 삶은 우울증 증세의 근원이었으며,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