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한마디 - 메마른 가슴을 울리는 16人의 감동적인 편지
임동현 외 지음 / 봄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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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다는 말 있잖아요.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젠 질릴 만도 한데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정말 빨리 가 버리는 시간을 얘기할 다른 말이 없기 때문이겠죠.
참 빨라요...할머니와 제가 함께 숨 쉬었던 시간은 10년 남짓인데, 이젠 떠나신 뒤, 흘러간 시간이 어느덧 그 두 배가 다 돼가네요. (-14-)


봄에 아지랑이가 올라올 때면 함께 나섰던 충무로의 산책길이, 여름이면 수돗가에서 펌프질해 부어주시던 서늘한 등목이, 가을이면 길가에서 따다 다발로 안겨주시던 코스모스가, 겨울이면 화롯불에 호호 불어가며 구워 먹던 가래떡이... (-121-)


자기도 알다시피 결혼 전 나의 가족은 '뽀뽀뽀 가족'이잖아. 기억 안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아빠가 출근하실 때, 퇴근하실 때, 나와 동생 유정이가 학교 갈 때, 갔다 와서, 자기 전에 ,자고 일어나서 등 하루에 뽀뽀를 대체 몇 번 했는지 몰라.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신기하다고 여기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평소 생활하면서 가족끼리도 사랑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잖아.하지만 자매끼리 싸우다가도, 부모님께 야단을 맞고 나서도 어쩔 수 없이 습관처럼 해야 하는 뽀뽀 덕분에 쉽게 마음이 누그러지고 화해할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스킨십 하나로 마음이 전달되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하는 느낌이랄까. (-223-)


떠난 사람은 언제나 흔적을 남기고 떠나간다. 기억을 남기고, 물건을 남기고, 사랑과  애증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 상처를 주는 가시 돋친 말이 서로가 단절되기도 하고, 서로 만남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는 이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룰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우리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나의 경우 외할아버지는 내 어릴 적에, 친할아버지는 1995년에, 친할머니는 2000년에, 최근에는 외할머니와 외숙모가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후회,죄책감, 불효, 아픔, 그리움, 기억, 지침,이러한 느낌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잔향처럼 남겨지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여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우리 곁에 숨쉬고 있었다.사랑에 대해서, 정에 대해서 표현하라고 말하면서도 타인에게 하는 표현들이 정작 가까운 가족에게 소홀할 때가 있다.타인에게는 쉽게 사과하고, 욛서하고,이해하고,공감하고, 때로는 불편한 관계들은 외면하였던 것들이 정작 가족에게 못하는 것을 볼 때,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그런 것이었다.우리는 가족간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여지지 않는 많은 것들,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나와 타인간에 보이지 않는 것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아서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가족이라서 잘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들,퉁명스러움이 일상인 경상도 사람들에게, 떠난 이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 그리움, 불효, 상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은 이유는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차마 사랑한다고 말하면, 도리어 어색해질까봐서, 정작 떠나고 난 뒤에는 말하지 못해서 후회하게 되는 우리의 이야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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