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타임
이중섭 지음 / 문이당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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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꽝 닫았다.나는 딸의 머리를 아내는 딸의 다리를 잡고 방으로 끌고 갔다.딸이 발버둥을 쳤다.겨우 침대에 눕히고 ,몸부림 치지 못하게 눌렀다. 딸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16-)


하지만 조금 안쓰러웠다. 어린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잇속에 밝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곳에 있다 보니 아이들은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바뀌었다. 순해졌다고 할 수 있다.아이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표정을 드러냈다. (-57-)


장 팀장은 교대의식을 진행하며 하루하루 골머리를 앓았다. 정규 인원이 부족하니 매일 대타를 구해야 했다.하지만 대타 구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118-)


"쌍용자동차 노조가 오전 시간에 이곳에 집회 신청을 했는데 대사모를 못하게 막는대요."
덕수궁 직원의 말이었다.
:왜 그러지? 집회를 중복되게 신청하지는 않았을 텐데?"
마부장이 행사장을 둘러보며 의아해했다. (-170-)


전화를 마친 후 송경심 선생이 한 달 남짓 담임을 맡았다는 사실에 맥이 빠졌다. 봄 소풍 때의 노래도, 대추를 오므려 받던 부드러운 손도 전부 이명희 선생 때의 일이었다. 서경을 만난 뒤로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한 모서리가 자꾸 부서지고 있었다. (-213-)


덕수궁에는 왕궁수문장 교대식기 있다. 매일 세번 이루어지는 교대식은 조선시대를 재현하는 모습이며, 관광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말할 수 있다.어쩌면 덕수궁 나들이,소풍을 떠나는 이유도 수문장과 교대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수문장의 역할와 영향력은 상당하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포토타임도 덕수궁에서 행해지는 관광객을 위한 하나의 테마이다.


작가 이중섭의 <포토타임>은 덕수궁에서 일하는 소설 속 주인공 수문장 이원형이 나온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뇌전증을 앓고 있는 딸,원형은 수문장이라는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입장이었다. 딸의 병치례로 인해 씨름을 해야 하는 처지는 덕수궁 궁궐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하루에 세번 교대식을 보러 오는 관광객,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원형은 사진을 찍히는 주인공이면서, 관광객을 관찰하는 인물로 나오고 있었다.


소설은 수문장의 희노애락을 그려내고 있다.원형은 우연히 보게 된 학창시절 짝꿍 서경과 만나면서, 어리 적 기억들이 새록 새록 떠오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을 비추고 있었다.어른들과 다르게 아이들이 덕수궁에 오면, 수문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랐다. 절제된 움직임과 말하지 아노는 수문장을 툭툭 건드려 보는 경우도 있으며,그런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어느정도 절제가 필요하다. 자칫 관광객과 다투거나 싸우게 되면, 수문장 자리는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문장은 겨울보다 여름에 취약하다.추우면 옷을 더 껴 입으면 되지만, 더우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즉 한 번의 교대식이 끝나면, 각자 시원한 곳으로 찾아 다니게 되는 불빛이 있는 곳에 모여드는 나방처럼 수문장은 차가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찾게 된다. 원형으 일상이 팍팍한 이유다.물이 있으면 등목을 하는 것은 예사였다. 소설은 한 가장으로서, 원형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으며, 직업으로서 수문장의 사명감이나 삶의 아픔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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