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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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이 되면 연기까지 한다. 병원에서 진료확인서만 받으면, 지각이나 결석을 해도 학교에서 넘어간다. 지각하면, 아예 학교가 아니라 병원으로 출석한다. 잔머리가 는다. 고등학생인 경우 많이 아프면 대개는 보호자와 함께 오고, 꾀병이면 99% 혼자 온다. 그렇게 정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다. 하루종일 엄마 품에 안겨 젖만 찾고 울거나 웃기만 했던 아이가 혼자 병원에 와서 거짓말을 할 정도로 성장한다. (-42-)


진료 기록을 미친 듯이 뒤졌다. 가슴이 쿵쾅거렸다.'제발, 제발' 진료기록은 물론이고, 간호기록까지 모두 찾아 헤맸다. 수십 장의 서류들 중에 스캔한 '기본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가 있었다. '와 ,진짜 다행이다.'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아마도 내가 종이를 건넨 그날 저녁에 보호자와 김종수가 사인을 하고 간호사에게 전한 것 같았다. (-96-)


'어휴 , 그 돌팔이 의사,내가 대상포진이냐고 물어봤을때 아니라고 했는데....다시는 그 병원 가나 봐라."
단순히 생각으로 끝이 나면 다행이다. 왜 대상포진이 아니라고 했냐며, 오진을 했으니 진료비를 물어내라고 따지러 오신 분도 있었다. (-119-)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우리 딸 같은 아이들에게서부터,우리 어머니 같은 할머니까지, 아이의 출산부터 해서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환자까지 볼 수 있었다.또한 사람이 가진 '질병'이 아니라 ,질병을 가진 '사람'을 볼 수 있었다. (-141-)


'해부학에서 내 몸메 있는 수만 가지의 장기 이름조차 다 못외운 내가,여기에 나오는 수만가지 질환을 다 알수나 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수만 가지 질환에다가 내가 새로운 빌병을 추가하는 건, 미래 의대생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자 고문일거야.' (-248-)


우리는 의사를 가볍게 생각한다.때로는 호구로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이 책에 나오는 저자 양성관은 전교에서 노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의사가 되어서 매번 깨지는 일이 많았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대머리 의사인 저자의 의사 인생에 보여지는 희노애락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의사의 실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우리가 의사를 만능 기술자로 보면 큰코 닥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기 시켜 주고 있었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 의사에게 직무유기를 언급하면서,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살펴 보아야 하며, 왜 우리는 의사를 호구로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내몸의 장기에 대해서 전부 알 수 없는 한계,당연히 모든 환자들의 병을 알수 없다.물론 수만개의 의료 단어,장기의 개념을 안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그래서 수술을 할 때,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고 있는 이유, 그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의사의 실제 모습 뒤에 감춰진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가볍게 보였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 지각하면, 학교가 아닌 병원으로 가는 잔머리 9단 학생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하였던가,저자가 바로 그런 부류이다. 아파서 오는 환자인지, 아프지 않아서 병원에 오는 환자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한 편 저자의 소망도 느껴졌다. 그건 의사가 아닌 작가로서 성공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의사로서 환자의 마음까지 살펴보고,의사로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타처럼, 조선의 허준처럼 환자를 돌보고, 아낀다는 것은 현대 의학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그건 우리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고,해결한다는 것도 어불 성설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의 병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환자들, 의사에게 돌팔이라는 탕치틀을 안겨주는 그들의 억지스러운 모습, 억울하지만 ,그 억울함을 말활 수 없는 의사의 희노애락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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