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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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세 번째 인생을 살아왔다.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내 위에 다른 여자 두 명이 있었다. 학력, 미모, 그리고 분명 행복 도에서도.
공교롭게도 나는 어릴 적에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10-)


세상 사람들은 애게 '왜 결혼을 안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똑같은 빈도로 '왜 일하느냐'고 묻는다. 우리 부모님은 도쿄 도의 고액 세납자에 속하고, 평생 빨아먹어도 다 못 빨아먹을 만큼 등골이 굵다. 왜 결혼하지 않는냐는 물음에는 "쭉 좋아해온 사람이 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스미타니 씨 정도 되는 사람도 짝사랑을 하는 군요."
나조차 손이 닿지 않는 사람이니까. (-87-)


열여덟 상에 상경.지금은 서른 다섯 살이고 얼마지나지 않아 서른 여섯 살.인생의 젊음을 도쿄에서 지낸 셈이다. 아무 쓸모도 없이 그저 우둔한 뚱보가 도쿄에서 살아가는 건 돼지가 도움닫기를 해서 자기 밥숟갈을 내던지는 수준으로 어려웠다. 어쨌거나 도쿄에는 대개 노동력이 충분하다. (-169-)


나는 1등이 될 수 없다.
사쿠라이는 평생 그런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아왔다.일하던 시절에는 늘 스미타니 미야비가 자신 위에 있었다.지금은 일시적으로, 또는 앞으로 영원히 사쿠라이 위에 야마다가 있다. 순조로이 살다가 순조로이 결혼해 순조로이 낳은 아이의 입시로 골치를 썩이는 평범한 전업주부.
그런 평범한 인생을 동경한 적은 없었건만, 지금 사쿠라이는 야마다가 너무 부러워서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분명 남편에게도 평범하게 사랑받고, 아이와도 사이가 좋을 것이다. (-244-)


우리는 각자 살아간다.내가 가진 것은 타인이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고,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그럴 때 우리가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 열등감 ,자격지심, 시기와 질투가 있다.각자 나름대로 살아가는 전업주부 혹은 미혼으로 살아가는 여성 이렇게 다섯이 있었다.그들은 각자 환경도 다르고, 재력도 다르며, 가진 것도 상황도 다르다. 단지 그들의 공통점은 아이돌 가수 스노우화이트를 좋아하는 팬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다.그 과정에서 각자가 스노우화이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채워지지 그 무언가가 그들에겐 한상 존재하였고,그것을 우리는 결핍이라 부르고 있었다.여기서 '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은 스노우 화이트를 좋아하는 덕후로서의 자세이다. 결혼하여도,아이돌을 좋아하는데 문제가 없다. 아이가 있는 유부녀이던, 돈이 많은 부르주아 미혼녀이던지 간에 그들은 각자 채워지지 않은 결핍과 불만 때문에 그것을 잊으려고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고,아이돌 가수에 심취하게 된다. 소설은 바로 그런  서른 다섯 된 다섯 여성들이 스노우 화이트 멤버 다섯을 각자 좋아하게 된 이유를 옴니버스식 스토리로 엮어 나가고 있었다. 삶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내가 가지지 않는 것을 누군가 가지고 있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그들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부러워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고,각자 서글퍼 하지 말라는 것, 덕후로서의 기본 자세만 잊지 않는다면, 나답게 살아갈 수 있고,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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