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 - 나답게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문장들
이동섭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평점 :
"우리 둘다 이 시대의 위대한 화가입니다. 다만 선생은 이집트 양식에서,나는 현대적 양식에서."
당황하리만큼 자신감 넘치는 말 같지만, 이런 자신감의 근거는 다른 사람들의 무수한 조롱과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당시 한창 집중해 있던 '밀림 시리즈'에 있었다. 그의 생의 마지막 6여 년동안 26점의 밀림 그림을 완성했다. 드디어 자기만의 소재를 발견했고, 피카소처럼 동시대 앞선 예술가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14-)
'소크라테스와 이성의 법칭, 소로의 간소한 생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착취에 대한 저항, 간디와 비폭력, 빅토르 위고와 인도주의, 예수와 사회봉사, 공자의 중도, 그리고 톨스토이와 자기 포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포기란, 자신이 쌓아 올린 명성과 명예의 산에서 스스로 내려와 평범한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는 용기와 의지일 것이다. (-76-)
베토벤은 작품의 가격을 자신이 정했고, 어떻게든 많이 받아내기 위해 불법도 과감히 저질렀다.그렇다고 베토벤이 돈만 밝혔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돈에 대한 베토벤의 태도는 '내 음악은 비싸다.내 음악을 최대한 비싸게 팔고, 그 돈을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사용한다. 이것이 내가 돈을 버는 방법이자 쓰는 법이다'였다. (-116-)
악상 지시어로 비유하자면 베토벤은 괴테에게 '위엄있고 당당하게'를,괴테는 베토벤에게 '시대에 맞고 친절하게'를 기대한 셈이다. 요즘으로 치면, 둘의 정치 성향이 너무나 달랐다. 괴테는 18세기의 세계관으로 19세기를 살아가던 보수, 베토벤은 황제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한 공화정의 가치관으로 살아가던 진보였다. (-166-)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슈베르티아데'는 학창시절 친구 슈파운부터 가장 친밀하게 지낸 쇼버(첫 모임의 장소가 쇼버의 집이었다.), 쇼버의 소개로 만난 유명 오페라 가수 포글, <슈베르티아데>를 비롯해 슈베르트 초상화와 많은 스케치를 남긴 화가 슈빈트까지, 슈베르트와 그의 음악을 아끼는 문화예술 애호가 친구들이 주축이 되었다. (-221-)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완전한 무명인으로 낯선 나라에서 신선한 자양분을 흠뻑 받아들인 괴테는, 오랫동안 미완성으로 남겨져 있던 작품들도 완성시켰다. 세계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파우스트>가 이때 탄생했다. 이렇듯 늘 익숙했던 환경에서 자신을 소진시키지 말고, 인생에 한 번쯤은 보테로와 괴테처럼 자신을 키워줄 자양분을 가진 도시로 떠나 살아보면 좋을 듯 하다. (-270-)
책에는 유럽의 위대한 예술가와 음악가, 문인들의 삶과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간직하고 있었던 명성과 명예, 위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에 자신만의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무명의 앙리루소가 가지고 있는 근거없는 자신감은 스스로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믿는 구석은 '밀림 시리즈;에 있었고, 그것을 동시대에 살았던 피카소가 발견하였으며,앙리루소는 긴 어둠의 무명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세상을 빛나게 해 주는 위대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베토벤은 지금 현 시대에 살았다면, 불법을 저지르는 범죄자였다.그는 자신의 작품에 스스로 돈을 매겼고,그에 정당한 가격을 요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중계약이라는 불법을 저지른 것은 물론이었다.하지만 베토벤은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였고,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였으며, 음악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금액을 요구하는 그 시대의 표상이었다.그런 그의 괴이한 모습에 대해서 동시대의 귀족은 인정해 주는 관대함이 있었고,악성 베토벤은 귀족들의 후원하에 자신의 업적을 빛낼 수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그 의식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였다. 여기서 성찰하게 된다. 남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내 안의 불안과 공포가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 절규로 대표하는 뭉크는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시켜 나갔다.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하고,최소한의 친구와 긴밀한 관게를 완성시켜갔으며, 그 과정에서 내면의 고통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비롯 그의 삶은 불완전한 삶, 현대인들이 모방하면 안 되는 삶이지만, 그의 위대한 작품으로 인하여 위로와 치유를 동시에 얻게 된다. 소위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삶,나를 사랑하는 삶이 예술과 문학으로 엮이게 되면 ,조롱과 비난이 있더라도 후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그 사람이 남겨놓은 세계적인 업적으로 인하여,그의 삶 자체도 인정하고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대함이 완성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