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이름으로 - 리샹란과 야마구치 요시코
야마구치 요시코.후지와라 사쿠야 지음, 장윤선 옮김 / 소명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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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20년 2월 12일 중국 동북부 (구 만주) 에 있는 지금의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 근교의 북옌타이에서 태어났다.하지만 태어나자마자 가족 모두가 푸순으로 이주해서 소녀 시절 기억의 무대는 거의 푸순이다. (-125-)


학교 생활에도 익숙해졌고 베이징어도 자신이 생겼지만 습관까지 고치지는 못했다.어느 날 동냥이 나를 정방으로 불러 "다른 사람이 말하면 바로 웃는 버릇이 있는데 왜 웃지? 일본인의 습관이라면 고치도록 해. 중국에서는 별 의미 없는 상냥한 웃음을 마이샤오 라고 하며 경멸해"라고 충고했다. (-177-)


중국인 비서가 ""궁내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라고 하는 전화는 거의 황제에게서 온 것이었다.전화를 받으면 요시오카 중장은 파티 중에도 "종놈 팔자구나, 종놈 팔자"라고 농ㄷ감을 하면서 비단으로 만든 중국 옷으로 갈아입고 섣둘러 나갔다. 그 옷은 황제가 "밤늦게 궁에 들어올 때는 이 옷이 편하다"라며 하사한 옷이었다. (-257-)


당시 만주에는 신징의 아마가츠 마사히코 씨가 이끄는 국책영화사만에이가 있었고, 베이징에는 만에이 계열의 화베이진영이 있었지만, 아직 상하이와 난징 같은 화중 지역 일본군 점령지에는 문화공작을 담당할 국책 영화사가 없었다.그래서 육군 중지파견군은 새 영화사를 만들기 위한 일본 대표로 가와키다 씨를 선택했다. (-339-)


리샹란이 리지에춘 장군의 양녀가 되면서 받은 이름이고, 데뷔하면서 예명으로 쓴 것도 알았다. 하지만 내 친구인 그녀가 "리샹란의 진짜이름은 야마구치 요시코고 일본인입니다."라고 하는 증언 따위는 아무도 믿을리 없었다. 류바 이야기를 듣던 가와키다 씨가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베이징에 있는 부모님에게 일본에서 가져온 호적이 있을거야"라고 했다.(-401-)


비자가 안 나온 이유는 내가 공산주의 지지자로 미국무성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서였다. 전쟁 전부터 있던 미의회 반미 활동 위원회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매카시 상원의원이 위원장이 된 다음부터는 자유주의자 관료, 학자, 작가까지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체포했다. (-439-)


야마구치 요시코의 <두개의 이름으로>는 에세이처럼 부이면서,자서전이자 회고록이기도 하다. 중국의 리샹란,최고의 가수였던 그녀의 삶은 그 시대의 인기의 척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 할 정도로 다니나믹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건 그 시대의 최고의가수 아래향의 주인공 리샹란이면서 ,야마구치 요시코의 삶을 살았고, 미국에서는 샬리 야마구치로서의 삶을 살아왔다.두개의 이름이 아닌 세개의 이름으로 리샹란은 살아왔다. 1920년 중국의 만주국에서 살았던 그녀의 삶은 일본인에 눈에 띄었고,일본어와 베이징어를 사용하는 리샹난은 일본군 군인들이,일본인들이 원하는 가수였다.


인기가 있는 가수이며,여배우였다. 하지만 일제 시대 그녀는 10만 인파를 끌고 다닐 정도였으며, '니키게키 일곱 바퀴 반'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만큼 대중들이 원하였던 이국적인 미모, 일본 찬양 영화를 찍으면서,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고,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주변에 동료 가수들이 스파이로 찍혀서 사형을 당하는 그 순간에도,리샹란은 인동초처럼 살아남았다.그건 그녀의 이력과 그녀의 인기가 서로 상충하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춯할 수 있었던 매개체였다.


리샹란은 지극히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였다. 리샹란은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했다.정치인들이 추파, 그 추파는 순수하지 못하였고,리샹란과 정치적인 거래를 시도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리샹란은 그 유혹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인, 그리고 해방 이후 미국인으로 살아갔던 리샹란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중국, 미국 사이에서 자신의 인기, 사회적인 입지를 다져 나갔으며,글로벌 연예인이 되었다.하지만 1945년 8월 15일 해방이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자신이 그동안 완성했던 인기를 스스로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리샹란은 2014년 ,94세의 일기로 일본 도쿄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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