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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려버렸다 - 불안과 혐오의 경계, 50일간의 기록
김지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는 순간, 내 심장은 미칠 듯이 뛰었다. 두려움과 공포를 달랠 정보의 파편을 뒤져봤지만 나를 안심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그저 '매우 아프다','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다.','중년과 노년층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치사율이 높다','사람간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등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밖에 없었다. 국내외 온갖 뉴스를 찾아보고 , 국내 연구진의 논문도 찾아보고, 심지어 해외의 문헌도 읽어봤지만 아닉 이 바이러스를 정복하기에, 희망적인 뉴스를 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다. (-11-)
실제 코로나 양성 확진 이후부터는 상기도 검사와 하기도 검사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면봉(스왑)을 이용하여 콧속과 입안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검사를 상기도 검사, 가래침을 뱉어 실시하는 검사를 하기도 검사라고 한다. 입원 초기에는 주 2~3회 정도 꾸준히 진행했다. (-61-)
병원입구에서 발열체크를 마치고 손소독제로 구석구석 손을 소독하고 마스크를 꼼꼼히 쓰고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 문앞에 서니 보이는 우리 할매,"할머니 ,누구 왔게요." 하고 말하니 "우리 강아지!"라고 똑똑히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엄마도 놀라고, 함께 계시던 작은 이모도 놀라고, 옆 침대의 아주머니도 놀라셨다. (-126-)
"나오셨네요!"
현실과 그곳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문이 닫히고 간호사실로 발을 디딘 나에게 간ㅁ호사 선생님이 건넨 첫마디였다. 마치 나의 무사귀환을 다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이어서 퇴원에 필요한 안내를 해주셨다.변경된 기준이 적용되어 퇴원과 동시에 격리 해제로 행정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적인 자가격리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고, 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184-)
2020년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없이 설명이 안되는 해이다. 매일 아침 9시면 질병관리청의 소식을 기다리게 되고,어젯밤 자정까지 몇명의 확진자가 생겨났고,몇명이 자가격리에서 해제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마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날 때,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처럼, 실종자들이 모두 시신이 인양되길 바라는 그 기분이 들었다.실질적인 자가격리자가 0이 될 때까지 기대리게 된다. 하지만 2020년 10월 25일 현재 여전히 1400명의 자가격리 확진자들이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풀어주고 있었다.그동안 페이스북,유투브에서 나왓던 코로나 확진자들의 정보들은 신뢰가 가지 않는 카더라가 대부분이었고,크게 와닿지가 않았다.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실제 누군가에 의해서 접촉이 되었고,코로나 바이러스 양성자가 된 저자는 처음 원망이 많았다.그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어딘가에 자가격리된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다.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양성인 경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음성인 경우 통상 14일간 자가격리 조치가 된다. 올해 초 , 내가 사는 지역 가까운 요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나타났을 대,그 아찔한 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으며,그들은 내 가까운 지역 적십자 병원에 자가격리 된 채 코로나 확진 치료를 받고 퇴원하게 되었다.저자의 경우 코로나 양성 반응이후 자가격리되었고,50여일이 지나 퇴원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뜬소문들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이 책에서 느꼈던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자가격리되면,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고소득 확진자의 경우 사회적 불이익을 받게 되며, 많은 것들을 상실하게 된다. 그건 저자도 마찬가지였다.코로나 확진자가 되어서 자가격리되었고,사회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직장에서 받아주지 않았다.혐오와 불편함, 불안감이 공존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인 배려와 온정,함께 연대해 나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기회였다.더 나아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될 때 ,정부의 지원책, 사회적 불이익, 코로나 19 확진자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