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의 소설 문득 시리즈 4
김유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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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어머니가 옥이를 눈엣가시같이 미워하는 그 원인이 즉 여기다.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자세히는 모르나 말인즉 그년이 우리 식구만 없으면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어느 틈엔가 들어와서는 세간을 모조리 집어든다우, 하고 여우 같은 년, 골방쥐 같은 년, 도적년, 뭣해 욕을 늘어놀 제 나는 그가 옥이를 끝없이 미워하는 걸 어른 알 수 있었다. (-14-)


우리 마누라는 누가 보든지 뭐 이쁘다고 안 할 것이다. 바로 계집애 환장된 놈이 있다면 모르거니와, 나도 일상 같이 지내긴 하나 아무리 잘 고쳐 보아도 요만치도 이쁘지 않다. 허지만 계집이 낯짝이 이뻐 맛이냐,제기랄 황소같은 아들만 줄대 갈 빠쳐 놓으면 고만이지.사실 우리 같은 놈은 늙어서 자식까지 없다면 꼭 굶어 죽을밖에 별도리 없다.가진 땅 없어, 몸 못 써 일못하여, 이걸 누가 열쳤다고 그냥 먹여줄 테냐, 하니까 내 말이 이왕 젊어서 되는 대로 자꾸 자식이나 쌓아두자 하는 것이지. (-85-)


명렬 군은 여기에서 누님을 몸시 증오하였다. 누님이 그의 앞으로 그릇을 팽개치고 대들어 옷가슴을 잡아 뜯을 때에는 그 병으로 돌리고 그대로 용서하였다. 그리고 묵묵히 대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마는 것이다마는 이렇게 깐죽거리고 앉아서 차근차근 비위를 긁는 데는 그는 그 속에서 간악한 그리고 추악한 한 개의 악마를 보는 것이다. 단박 등줄기에 소름이 쪼옥 끼치고 하였다. (-159-)


강원도 춘천에는 작가 김유정의 역이름이 있다. 그는 1908년 태어나 1937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낭만̠ 사실주의, 서정적 남만주의 속에서 <동백꽃>, <봄 봄>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소설은 과거 우리의 모습을 쓰고 있다.지금과 다른 이질적인 언어들의 향수,그 안에는 여성에 대한 인식과 자각이 감춰져 있으며, 지금과 너무 다른 아날로그적인 삶이 그려지고 있다.특히 농촌에서의 삶, 먹고 사는 것이 바쁜 그 와중에도,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는 현실을 보자면, 그들에게 어머니란 생산을 위해서, 농촌의 살림밑천으로 아기를 태어나게 하였다. 김유정의 소설 속에 본처가 있고,계모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물론 계모와 자식간에는 거친삶이 숨어있다.


젊어서 노세 노세, 그 시대엔 잘 사는 부잣집에 가는 것이 꿈이었다.배운 것 없어도, 시집만 잘 가면 다행이다. 화장품이 없엇던 그 시절에 요강 속 오줌이 화장품 대용이었으며,그것을 손에 묻혀서 얼굴에 바르기도 하였다. 그것이 숭이 아니었던 시절이다. 물론 과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손에 독이 올라 고생했다는 일화들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다. 즉 인간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본성, 잘 살고, 잘 먹고 싶은 본성이 삶을 바꿔 놓았으며,그 과정 속에서 언어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즉 과거의 김유정이 살았던 그 시절의 언어, 날 것 그대로의 언어가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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