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 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사은본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시선의 일방성에는 폭력이 숨어있다.이 폭력도 근대성의 일종이다.소쇄원에는 공간의 중심이 없다. 소쇄원의 정자들은 좌향이 어긋나 있고, 면양정은 그 아래로 펼쳐진 담양 들판을 정면으로 내려다 보지 않는다. 소쇄원에서는 보는 쪽이 보여지고, 보여지는 쪽이 본다. 낙원에서는 남의 기쁨이 되는 것이 나의 기쁨인 모양이다. (-44-)


망월동 5.18묘지에 스무번째 봄이 왔다.새 묘역은 망월동이 아니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이다. 그러나 다들 망월동이라고 부른다. 새 묘역의 유영 봉안실에는 1980년 5월에 총맞아 죽고 매맞아 죽은 사람들 3백 여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교복 차림 고등학생도 있고 웨딩드레스 차림의 신부도 있다.손수레나 청소차에 실려온 주검들이다. 다들 사진틀을 깨트리고 세상으로 걸어나올 것처럼 생생하다. (-49-)


경북 영주군 부석면 부석사 절 마당에서 출발하는 자전거는 마구령 (894미터) 옛길을 따라서 소백산을 넘을 작정이다. 소백산을 넘어가면 주막거리 옛마을이다. 옛길은 여기서 다시 세 갈래로 나뉜다. 산을 내려온 방향으로 계속 가면 강원 영우러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경북 봉화이고, 왼쪽으로 가면 충북 영춘이다. 강원, 충북, 경북 3도의 접경은 주막거리에서 만나고, 그래서 주막거리 마을의 앞산 이름은 삼도봉인데, 삼도봉 꼭대기에 소를 매어 놓으면 이 소는 3도의 풀을 다 뜯어 먹는다. (-163-)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평범한 산문집이다. 이순신의 칼의 노래로 대표되느 그의 소설과 다른 묘미와 운치를 느낄 수 있다.그건 이 책에서 음미할 수 있는 것들, 내 삶의 기준이 될 수 있고,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나의 기준점이 될 애연성이 있었다. 저자는 자전거여행 을 즐기면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질서가 또다른 폭력의 실체라고 생각하였다. 질서와 무질서,자연그대로 방치된 무질서함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며,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된다.김훈의 시선은 억지로 끼워 넣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서,깊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망원동과 의풍마을.. 의풍마을은, 단양군 영춘면에 소속되어 있으며,부석면과 인접해 있다. 저자는 영주군이라 하였는데,실제 2000년 김훙이 이 곳을 지나간 시점에는 영주시이거나 영풍군일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즐겨본 이들이라면,대한민국의 도로가 유야무야 어찌되었든 산으로 둘러쌓여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소백산 죽령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자전거는 땀을 뻘뻘 흘리며, 넘어가는 지옥행이나 다름없는 코스이다.하지만 그 죽령도로는 고대의 군사도로이며, 그 역사를 거슬러 본다면,삼국시대까지 흘러가게 되며,신라와 고구려의 대치 상태의 전적지이기도 하다.


광주광역시 망월동.그동안 나는 광주에 세번 다녀왔다. 광주 망월동은 근현대사의 깊은 아픔과 엮여 있다.그 시대를 정항하였던 대학생과 민간인에게 무분별한 고문과 죽창, 그리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았던 공안들, 군인들을 동원해 민간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역사적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여기서 그 때에 세상을 떠난 이들이 모셔 있는 곳은 망월동에는 구묘역과 신묘역이 있다.이 두 곳을 직접 가본 나의 입장으로 본다면,망월동 묘역 문턱에 들어서는 그 순간 울컥하게 된다.묘지 주변에 흘러 나오는 노랫말,그 노랫말이 슬픔에 침전하게 되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더군다나 광주시 망월동 구묘역은 묘지의 형태도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홰손된 상태이며,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아픈 역사를 견디면서,살아가야 할 명분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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