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황혜련 지음 / 문이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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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개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모르고 데려간 걸 보니 아무래도 동네 사람 짓 같지는 않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외지 사람이 우리 집 앞을 지나다가 개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걸 보고 복날 잡아먹으려고 가져갔다는 것이다. (-12-)


필원이 아저씨 부인은 작년 여름 비오는 날 집 앞에서 물에 빠져 죽었다.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으레 태풍이나 홍수에 사고가 나서 죽은 줄 알겠지만 사실 그렇게 큰 비가 아니었다.아저씨 부인은 비 오는 날 밤 늦게 술을 마시고 농수로에 빠져서 죽었다. (-57-)


자칫하면 큰 싸움으로 번질 태세였다.싸움은 두 패로 나뉘었다.할아버지와 나 작가님이 한 편를 먹고 화봉이 아저씨와 그 친구들 두서넛이 한 패를 먹었다.나머지 사람들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채 말리는 역할만 했다. (-99-)


나는 큰 할아버지 집에 가는 척 하면서 자주 수영이 집 주변을 어슬렁거렸다.할머니하고 같이 갈 때 빼고는 안 가던 큰할아버지 집을 자주 가자 큰할머니는 이제 내가 철이 즐어간다고 칭찬이 자자했다.뭐, 아무려면 어떤가. 칭찬도 듣고, 수영이도 보고,님도 보고 뽕도 따고, 고스톱에서 말하는 일타쌍피인 셈이니 나야 나쁠 건 없다. (-141-)


그런데 아빠는 오늘 밤 또 바크를 끌고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바크는 임신까지 했는데 새끼를 밴 몸으로 팔려간다면 어찌 되는가.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 할아버지한테 알려야 한다. 바크를 구하는 길은 할아버지한테 말하는 것뿐이었다. (-190-)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의 정서는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이정도이다. 시골 특유의 변변치 않은 살림살이 .그 안에 정겨운 시골길 ,뒤에는 삶의 희노애락이 있었다.계절과 자연의 영향력을 몸과 피부로 느끼는 농촌은 그래서 하늘을 원망하는 날이 먾았고, 그것을 술로 달래는 집이 많았다.힘들어서 술을 마시고, 즐거워서 술을 마시고,시름을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시골은 대체로 그런 모습이었다.지금처럼 전원주택이나 팬션을 지어서, 도시의 삶과 엮이는 그런 귀농,귀촌은 최근의 모습이다. 이 책에는 지금 현재의 모습이 아닌 과거 1990년대 농촌을 생각나게 하였다.


바크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준수는 바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게 된다.부모의 이혼과 갈등으로 인하여 시골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준수는 공교롭게도 시골에서의 삶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그런데 그 평온한 일상이 무너진 것은 할아버지의 신주단지였던 암컷 개 바크의 실종이다.


책에는 바로 바크의 실종 이후 나타나는 시간과 공간이 씨줄처럼 엮여 있었다.시간과 공간은 상황을 만들어내고,그 안에서 할아버지의 바크를 찾는 애착을 느낄 수 있다.전단지를 뿌리고,그 전단지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언제나 허탕을 치고 있으며, 다른 목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시골의 정이라는 것은 그들응 내치지 못하는 그러한 순수함이 묻어나 있었다. 준수가 수영을 바라보는 사랑도 그러한 순수함이 묻어나 있다. 바크를 찾으면 주기로 한 사례금 중 일부를 떼어내어서,그 사람에게 건네주었지만, 그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손자 준수는 그러한 할아버지를 멋있는 할아버지로 기억하고 있다.


논두렁에 처박히는 초유의 사건으로 동네가 발칵 뒤집히게 된다.지금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대문짝만하게 소개될 이슈지만, 시골에는 잊을 만하면 간헐적으로 있는 일이었다.그건 술에 만땅으로 취하면서 비틀 거리게 되고, 그로 인해 논두렁에 처박히는 일이 나타나게 된다.이러한 모습은 배고픔과 가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시골의 모습과 일치하고 있었다.고지식하고, 하나만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 술을 먹고 시골길에서 비틀거린다는 것은 생명을 내놓는 거나 다름 없는 참사이다.그건 시골은 논이나 밭으로 이어져 있으며, 논두렁에 처박혀 익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책에는 소개되고 있지 않지만, 농약 중에서 독한 제초제를 먹고 세상을 떠나는 일도 많았다.우리의 시골의 정서와 핍박을 느낄 수 있는 책, 바크의 실종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는 책속의 주인공의 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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