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걷는사람 시인선 27
안상학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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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뱅이 언덕 권정생

볇 보는 산 빌배산에서도 가장 낮은 언덕이어서.
가장 먼 별을 올려다보는 빌뱅이 언덕
그 산 그 언덕이 바람막이 선
버들치 시냇가 옴팡진 땅 오둑살ㅇ 집 한 칸

그보다 더 높은 집은 상여를 넣어두는 곳집
그보다 더 낮은 집은 강아지들이 거쳐 갔던 집
그 사이 바람벽 어디쯤 노랑딱새가 살던 집

세상 가장 낮은 빌뱅이 언덕에서도 내려다봐야 하는 
앵두나무와 키 재며 선 오막살이 집 한 칸
집주인에게는 그 언덕이 세상 가장 높은 하늘이었다.

일흔 생에 끝 그는 가장 현실적인 하늘로 돌아갔다.
빌뱅이 언덕에 뿌려진 뼛가루 권정생 별자리 그의 새집
지붕도 바람벽도 담도 울도 없는 오막살이집 한 칸

가장 낮은 어넉이 그에게는 하늘이었다. (-31-)


정선행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골지천 아우라지 뗏목을 타고 흔들리면서라도 가야지
여량 지나 오대천 만나는 나전 어디쯤
하룻밤 밭고랑내 나는 민박집에 들러
아우라지막걸리 한 통이 끌어안고 쉬어서도 가야지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나귀가 없다면 나뭇잎 배라도 타고 가야지
나즉나즉 조양강처럼 정선 가야지
읍내 어디 버들가지에 배를 묶고 놀다가도 가야지.
옛사랑 못 찾으면 꼭뒤라도 닮은 주모가 내주는
곤드레밥은 물려주고 강냉이 막걸리 한 동이와 놀다가야지.

삼 십년 전 어디에서 길을 놓친
옛사랑 정선 가야지
정선행 기차처럼 달그락 달그락 찾아가야지
그 어느 골목길에서 아직 솜사탕 들고 울고 있을까

그 기차역 어디 노란 풍선 들고 여태 발 동동 굴리고 있을까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얃지
여량 어디 골지천 만나면 물어나 봐야지
어떻게 흘러가면 용천도 만나고 오대천도 만나는지
나는 왜 흘러가면서 자꾸만 사랑과 헤어지는지
정선 숨어드는 아우라지강에게 물어나 봐야지
정선 떠나는 아우라지강에게 물어나 봐야지. (-56)


어떤 장례

개가 죽은 새끼를 물고 묻은 곳을 찾아갑니다.
꼬리를 살짝살짝 흔들며 가는데 버릇일 따름인 것 같습니다.

앞발로 땅을 파는 동안 새끼를 입에서 놓지 않습니다.
새끼를 구덩이에 다독이 넣고는 콧등을 삽날 삼아 흙을 덮습니다.
보통 똥을 누고 덮을 때는 뒷발을 사용하는데 이건 다릅니다.

다 묻고 돌아서서 콧구멍 속에 들어간 흙을 큭큭 불어냅니다.
꼬리를 흔들며 돌아가는데 그건 아무래도 버릇 같습니다. (-93-)


봄 밤

안동 살 땐 친한 친구가 툭ㅎ하면 서울 가는 것 같더니만
서울 와서 살아 보니 그 친구 자주 안 오네

사울 와 살아 보니 서울 친구들도 다 이해가 가네
내 안동 살 땐 어쩌다 서울 오면
술자리 시작하기 바쁘게 빠져나가던 그 친구들
그렇게 야속해 보이더니만
서울 살아보니 나도 술자리 시작하기 무섭게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네

안동 어디 사과 꽃 피먼 술마시던 그 약속 올 봄도 글렀네
사과꽃 내렸다는 소식만 날아드는 봄밤. (-109-)


시인 안삭학의 시를 읽어 보게 되었다.작가회의 소속 안상학, 문학의 가치르 느끼게 되었고, 안동 출신 답게 안동에 대한 기억들을 또롯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 먼저 동화작가 권정생.2007년 그의 나이 일흔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2020년 권정생 생가를 다녀올 예정을 가지고 있었다. 안동의 가치를 높여주는 안상학 시인의 시상은 우리에게 무소유의 깊이를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삶이 궁핍해 보여도,자신이 쓴 작품들 속에서도 여전히 서민적인 삶을 추구하였던 그는 그의 사후에도 그가 남겨 놓은 메시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안동하면 떠오르는 것, 안동 식혜와 안동 간고등어가 있었다.시인은 그것에 대한 추억을 아름 아름 간직하게 되었고,시를 통해서 투영하게 된다.이 대목에서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나의 삶, 나의 관찰력, 나의 관심을 시상에 녹여내는 것이었다.나에게 너무 익숙한 것들,친숙한 것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들여다 보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낸다면,그 시는 따스한 시가 될 수 있고,울림이 될 수 있는 시가 된다. 여기서 시인 안상학은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하지만 그 과정에 매놀되어 있지 않는다.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가는 것, 과거만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라느 걸 시 속에서 읊어 나가게 된다. 시인은 내일을 들여다 보라고 말하얐다. 그러나 그 내일에는 욕정,욕망으로 가득차서는 안되는 것이다. 과거의 향수와 추억들을 내 마음 속에 안고 가되,그것이 내 삶을 옥죄지 않도록 삶의 지햬를 엿볼 수 있다.즉음을 관조하고, 인간의 죽음과 동물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면서, 말 못하는 짐승들의 죽음을 응시하는 시인의 조용한 구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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